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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초이 Mar 12. 2022

빵을 먹으며 쓰는 글


 제빵사가 반죽을 시작한다. 반죽 시트에 밀가루를 흩뿌리고는 통밀가루와 우리흰밀가루, 발효종에 물을 부어 섞은 후 큰 손으로 부드럽게 주무른다. 굵고 긴 손가락 사이로 가루가 날리며 점점 반죽의 형태를 띠어갈 때 쯤 잘게 부순 호두와 작게 잘라 설탕에 재어 놓았던 오렌지 껍질을 넣는다. 완성된 반죽은 발효 과정을 지나 오븐으로 들어간다. 열기가 후끈한 오븐 안에서 손바닥만하던 반죽이 좀 더 둥글게 부풀어 오른다.  


 겉이 그슬린 듯하게 익었을 때 불을 끄고 조금 더 두면서 남은 열로 속을 익힌다. 완성된 빵에서는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난다. 갓 태어난 빵을 꺼내 철망에서 충분히 식혀준 다음 오렌지로 만든 청을 얇게 합겹 발라 향을 더한다. 


 끈적해 보이는 비주얼에 잠시 망설이지만 ‘오렌지&호두 라 미장’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빵을 고른다. 이건 비밀이라면 비밀인데 나는 과일이 들어간 음식을 굉장히 좋아한다. 파인애플 피자, 파인애플 버거, 오렌지 탕수육, 특제 과일소스를 사용했다는 비빔면 같은 것들이 좋다. 


 한 조각 꺼내는데 역시 끈적하다. 손에 더 묻기 전에 한입에 먹어버린다. 오렌지 향기가 나는 끈적이고 말랑말랑한 빵을 씹자 촉촉한 빵 결 사이로 호두가 오독 씹힌다. 씁쓸한 맛이 오렌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두번째 조각은 빵 껍질을 먼저 먹어본다. 찐득해서 그렇지 바삭하게 구워진 빵이다. 오렌지 껍질 한 조각이 씹힌다. 달고 새콤하다. 빵 속은 기공이 크고 촉촉한 스타일이다. 이번 조각에는 호두가 씹히지 않았다. 


 세 번째 조각은 끝에 뭉툭한 부분을 찾아 잡는다. 빵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다. 약간 딱딱한 듯 질긴 듯 어쩐지 더 구수하게 느껴지는 이 끝부분이 참 좋다. 오래 씹어서 삼켜본다. 입안 가득 오렌지 향이 남았다.   


 어른이라서 손가락은 휴지에 닦았다. 


 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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