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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닿 Jul 05. 2022

식물 키우기는 처음이야

화분 식물을 올해 처음 사서 키우고 있다. 나무는 좋아하지만 키우는 식물은 관심 밖이었고, 선물 받아도 부담스러울 뿐이었다. 무엇보다 뭔가를 돌보는 데 재주가 없다고 생각했고, 금방 죽일 것 같았다. 식물을 키우는 지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니, 역시나, 미심쩍다는 듯 아주 작은 화분부터 시작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마음이 바뀐 , 이제 자주 이사 다니지 않을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주하고 있다는 감각이 생기니 뭔가를 돌봐도 괜찮을  같았다. 꽃집에 가서 꽃집 사장님에게 이것저것 적극적으로 물어봤다. 햇빛만이 아니라 통풍도 중요하다는  그때 알았다. 식물에 둘러싸여 식물에 대해 연상의 여성과 대화를 나누는 일은,  마음이 말랑해지는 일이라는 것도.(“ 아이는 물을 좋아해요” “얘는 햇빛이  필요하진 않지만 통풍이 중요해요같은.)


그렇게 차례로 화분을 구입했다. 하트호야, 오렌지자스민, 그리고 (토끼 귀 모양의) 백도선.

그중 오렌지자스민은 화분 하나를 샀다가 외목대로 키우고 싶어 분갈이를 했다. 곱게 분갈이를 하지 않아 조금 걱정하고 있던 터였다. 예쁘게 키운답시고 목숨을 위태롭게 한 건가…. 후회를 했더랬다.


그런데 며칠 전 걱정했던 오렌지자스민이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작은 꽃인데도, 간격을 두고도 향기가 코를 찌른다. 오랜만에 찬찬히 들여다보니 어린잎이 짙어졌고, 새잎도 많이 났다. 분갈이를 한 다른 뿌리 두 개도 시들시들 죽을 것 같더니, 다른 화분에서 잘 자라고 있다. 적은 양의 흙과 물, 바람, 그리고 햇빛. 그걸로도 족하다니. 게다가 자란다니…. (무엇보다 내가 안 죽인다니….)

안 하던 걸 해보니 새로운 걸 알게 됐다. 같은 식물이라도 어떤 화분을 쓰느냐에 따라 물 주는 간격이 다를 수 있다는 것, 흙에 손가락을 찔러 넣어 흙의 수분을 가늠할 수도 있지만 눈으로 관찰해도 보이는 게 있다는 것.


물이 부족하면 가지가 축 늘어지고, 물을 주면 다음 날 늘어졌던 가지가 올라온다. 햇빛을 충분히 받으면 말 그대로 ‘쌩쌩’한 ‘기운’이 느껴진다. 말하지 않아도 기분 좋은 게 보인다. 일하다가도 식물의 존재감을 느끼고 얼굴을 마주하기도 한다.


의외라고 생각했다. 섬세함이나 다정다감과는 거리가 먼데도, 뭔가를 돌보고 있다는 감각이 이전과 달리 부담스럽지 않다는 게. ‘목말라’ 같은 신호를 보내고, 내가 알아채고 있다는 게 오히려 든든한 기분이 들 정도다.


분갈이 소동 이후 깨달은 점도 있다. 나는 멍청이고, 여리여리한 식물의 뿌리는 생각보다 튼실하고, 생명력은 꽤 인내심이 있다는 것. 그런데… 편애하는 식물이 더 잘 자라는 듯하다. 얘네도 아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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