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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닿 Sep 20. 2023

나약함을 마주하는 법

<상황과 이야기>, 비비언 고닉

자신의 멋짐을 전시하는 것은 쉽지만, 나약함을 직면하고 까발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에세이는 쓰기 어렵고, 써보라는 권유를 종종 받을 때마다 거절한다. 부끄러운 나를 들여다보고 싶지 않으므로. 애매하게 까발리면 숨기는 글이(독자들은 다 안다), 반대로 거리두기를 못하면 (자기 연민에 빠진) 일기가 되기 십상이다.


몇 달 전,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보통 사람들은 기뻐할 특정 상황에서 나는 부담감과 불편한 마음이 올라온다는 걸. 사실 평생 그래왔는데, 이젠 남들처럼 기쁠 때 기뻐하고 싶어서 그 원인을, 나 자신을 탐구하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그때가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


지난 주말, 사람은 변화되기는 참 어렵지만 그래도 변할 수 있다는 설교를 들었다. 필요한 건 세 가지 조건. 하나님에 대한 믿음,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공동체, 무엇보다… 시간.


나는 멋진 사람도, 괜찮은 사람도 아니지만, 그 세 가지는 믿는다. 이미 그 힘을 경험한 적이 있으니까.


(에세이를 쓸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이건 책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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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필요한 요소는 적나라한 자기 폭로이다. 자신이 상황에 일조한 부분―즉 자신의 두려움이나 비겁함이나 자기기만―을 이해해야 역동성이 만들어진다.] (p. 44)


[이야기가 숨통을 열고 스스로 나아가게 하려면 이 사람들과 사건들에서 멀찍이 물러나야 한다는 걸 알았다. … 자기 연민에 흠뻑 젖은 글이 역겨웠다.] (p. 29)


[회고록 속의 진실은 실제 사건의 나열로 얻어지지 않는다. 작가가 당면한 경험을 마주하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을 독자가 믿게 될 때 진실이 얻어진다. 작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그 일을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p. 107)


글쓰기 방법론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은 삶을 마주하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아름다운 책을 발견해서 기뻐했는데, 선배는 이미 본인은 다 읽고 작가의 다른 책까지 샀다고 자랑했다. 쳇. 맨날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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