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차 방문한 곳에서 처음 보는 어른들에게 다가가 질문했는데, 한참 젊은 내게 수줍어 하시며(?) 답변을 공들여 해주신 날. 하나도 안 중요한, 그래서 특별한 이야기들이었다. 질문하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하지 않고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권력자도 유명인도 아닌 이분들을 통해 느꼈다.
내가 하는 일은 ‘쓸 만한’ 것만 압축적으로 남기는 과정에 가까운 것 같다. 인터뷰할 만한 사람인지, 이 멘트를 쓸 것인지 말 것인지, 더 깊이 들어갈 것인지, 다른 화제로 돌릴 것인지, 순간적으로 판단한다. 때론 인터뷰이의 말을 끊기도 한다. 선배는 내게 이게 꼭 필요한 문장인지 묻는다. 시간도, 지면도 제한적이니까. (때론 완성도를 위해 지워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날은 그저 들었다. 중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중요한 멘트가 무엇인지, 짧은 시간에 계속 판단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사람이 인간미가 없어진다. 소위 ‘야마’에 맞추다보면 평범한 말의 위력을 잊게 된다. 그게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중요한 게 무엇인가 집중하다 보면 다양한 의견을 놓치게 되는 것 같다. (다른 말로… 지식을 많이 아는 누군가와 비교하거나 주눅 들 필요가 전혀 없다.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으니.)
일을 잘하고 싶지만, 갈 길이 멀고…. 어느 한 부분이 강해질수록 약해지는 구석도 있는 법이다. 내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