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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킴 Sep 12. 2020

성실한 사람입니다만..

나의 학창시절, 학생의 성실함을 증명하는 요소는 뭐니뭐니해도 개근상이었다.

졸업식날 개근상을 받으면 결석이나 지각없이

비가오나 눈이오나 열심히 학교를 다녔구나.. 하는 나름의 성실함의 척도였다고 할까?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초등학교 6년,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한 12년간 개근상을 모두 받았으니,

최소한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 하루도 빠짐없이 나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지나고 보니 어떻게 다녔나 싶은 12년이다..)



내가 임용 공부에 한창 매진해 있던 시절, 독서실 공부시간 인증 스터디를 했었다.

아침에 독서실에 도착하면 타임워치를 켜고,

하루가 끝날 때 체크된 공부시간을 밴드에 올리면 인증이 되는 것이었다.


밥을 먹거나 휴식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통상 8-10시간 정도를 매일매일 공부했는데,

만약, 공부시간에 저조하거나 인증샷을 올리지 못한 사람이 상대에게 키프티콘을 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때 나는 꽤 기프티콘을 많이 받았던 사람이었다. 공부시간 인증을 거의 매일 빠뜨리지 않았으니까

늘 소소한 간식거리를 받았다.


아침에 독서실에 출근을 하면서 편의점에서

 기프티콘 받은 것을 간식으로 바꾸어 공부를 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공부시간을 열심히 채운 나에게 주어진 상같은 느낌이랄까? 수험생으로 살면서 모든 것이 메말라가는 나에게 프티콘은 오아시스같았다.


사실, 나는 이 기억을 오래토록 잊은채 살고 있었다. 아니, 시험 불합격의 충격 탓에 기억을 통째로 묻어둔채 살았다. 그러다 어느날, 네이버 클라우드에서 수십장의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하루에 이 시간들을 열심히 공부했고, 지나고 보니 합격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나의 성실함을 공부시간으로 증명해 보인 시간이었다.

(효율도 중요하지만 공부량이 방대에 절대적인 시간도 중요했다)



이제 이 시간들이 가고 나의 성실함이 다시 한 번 발휘된 일이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운동'이다.

코로나 탓에 헬스장이 문을 닫는 일이 빈번해지고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집에서 운동을 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운동을 하지 못하니까 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구석구석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집이라는 장소는 이중성을 가진다. 너무 편한 곳이라 한번 드러 누우면 일어서기가 힘들다.

반면,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운동을 시작할 수 있는 그런 곳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의 나의 행적(?)들을 살펴 볼때, 나에게는 집에서 하는 운동이 맞춤 옷처럼 딱 맞았다.

운동할 시간을 정해두고 기계적으로 운동을 입는다.


마음에 드는 영상을 고르고 바로 운동을 시작한다. 홈짐을 오픈한 것이다.


2018년 1월부터 필라테스와 헬스장 웨이트를 시작했고, 여건에 따라 일주일에 2-3회정도를 갔다.

그리고 2020년 5월부터 홈트레이닝을 시작했으니, 이제 4개월이 조금 넘은 것이다.


가벼운 요가와 스트레칭, 웨이트까지 포함하여  5-7일의 플랜을 짜고

홈짐으로 몸을 옮긴다. 12년의 등교생활을 하듯, 독서실에서 공부시간 인증사진을 찍듯 성실하게 말이다.


다시 한 번 나의 성실함이 여기서 발휘되고 있다.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운동은 어쩌다 한 번 격하게 했다고 다음달에 해도 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몸의 변화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을 가까이 하는 매일매일의 성실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성실함이 매일 쌓인 결과 지금의 나의 몸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몸= 군살이 붙어 늘어지지 않고 열심히 탄력이 붙어가고 있는 단계)


나의 성실함을 보여줄 수 있는 홈짐에서의 운동이 좋다.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은 성실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기에

나는 오늘도 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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