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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킴 Nov 04. 2020

코로나를 견디는 나만의 노하우

올해 1월 설 연휴에 뉴스를 봤던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중국에 코로나가 번지기 시작하고 있다는 뉴스보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고, 나 또한 그랬다. 과거에 겪었던 메르스나 신종플루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그러다 2월을 지나 보냈고,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갔다. 이게 뭐지? 하는 사이에 하루가 멀다하고 확진자 수가 늘어만 가는 뉴스만 전해졌다. 그리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더욱이 어린 아이가 있는 집이라서 초기에는 거의 밖에 나가지 않고 조심하며 지냈다.  '곧 없어지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그즈음에 생활에 여러가지 변화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2018년부터 꾸준히 해오던 운동을 중단하게 된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잠시 문을 닫아서 가지 못했고,

그 다음에는 마스크를 쓰고 하다가는 더욱 더 건강을 해칠 것 같아서 가지 못했다.

운동을 하며 마스크 속에서 내쉬는 숨이 모자랐고, 질식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런닝머신 옆자리에 누군가 다가오기만 하면 흠칫 놀라며 정지 버튼을 누르고는 내려왔다.

거친 호흡이 오고가는 헬스장에서 도저히 집중해서 운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끝내 운동시설 재등록을 하지 않았다.

헬스장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시 온 몸에 살들이 새록새록 돋아나기 시작했다.

잘 유지되고 있던  바디라인이 촛농 흘러내리듯 흘러내리고 있음을 목격했다.

레깅스 위로 살들이 빼꼼히 삐져나오고 있었다. 거울에 비친 내 살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자신의 존재가 아직 건재함을 증명하고 있었다.


원래 살이 아주 잘 찌는 체질이라 적당하게 먹으면서 운동을 하거나 몸을 많이 움직여 줘야 하는데,

운동도 하지 못하게 되고, 일도 쉬게 되면서 이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되었다.


더욱이 집에있으니 더 잘챙겨 먹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으니 더 먹게 되었다.

답답한 마음이 들고 우울함이 심해졌다.



그러다가 5월초에 새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나에게 리프레쉬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다.


 '새로운 집에서 돌파구를 찾아야해. '

지금의 집으로 와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운동을 시작하기로 굳은 마음을 먹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니 차라리 집에서 운동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이삿집을 마무리 한 이사 첫날 저녁에 남편의 순대국을 주문하며 소주를 먹고 싶다 했고, 다는 샐러드 가게에서 샐러드를 사왔다. 다시는 살에 지고 싶지 않다는 나의 굳을 의지의 표현이었다.


우스갯소리로 너도나도 "확찐자"가 되었다는 농담이 오고가던 시절이었다.





1) 홈트레이닝 방법

낮잠을 자지 않는 아이는 대신 밤잠을 일찍 잔다. 아이를 재우고 나오면 무조건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기분전환을 위해서 헬스장에서는 감히 입지 못했던 예쁜 운동복들을 여럿 샀다. 그것을 입기 위해서라도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영상들을 골라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밥을 먹으면서 오늘은 어떤 운동 영상을 볼지 미리 고르고 예습했다. 요일별로 부위별 운동 프로그램을 짜기도 했고, 전신타바타 운동을 함께 하기도 했다. 주7일을 운동했다. 물론 여기에는 고강도 운동, 부위별 운동을 섞었고, 이틀 정도는 간단한 요가나 스트레칭을 넣어 근육을 이완시켜줬다. 집에서 운동하는 습관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우선은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몸을 움직이는 훈련을 시작한 것이다.



2) 홈짐 만들기

베란다 한 구석을 치워서 홈짐으로 만들었다. 안쓰던 사이클을 받아와서 사이클을 놓고, 아령 몇 개와 폼롤러, 고무 밴드, 실내용 운동화 등을 베란다에 가져다 두었다. 큰 기구들은 없었지만 홈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구들을 갖추어 두고 운동을 했다. 헬스장의 각종 기구들과는 비교할 바가 못되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훌륭했다. 모든 운동 시설이 문을 닫았던 그 때도 '홈짐'은 확진자가 다녀갈 수 없는 청정구역이었으니까.


3) 눈바디, 인바디 측정하기

운동복을 입고 일주일에 한번, 주말이 지난 월요일에 눈바디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사이즈 둘레를 재어 기록해 두었다. 물론 몸무게는 아침에 일어나 매일 일어나 체크를 했다. 보건소에서 측정하는 인바디가 중단되었기 때문에 저렴한 가정용 인바디 체중계를 샀다. 핸드폰의 앱과 연동시켜서 체지방, 체수분, 근육의 량 등의 변화추이를 살펴 볼 수 있었다. 헬스장의 인바디 결과와 비교를 해 보았을 때 거의 유사했다. 터무니 없는 수치는 아니어서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는 것을 판단했다. 그리고는 성취감을 높여 나갔다. 일주일간의 노력을 점검해보는 성적표와도 같았다. 스트레스가 많고, 불안할 수록 매일, 꾸준히 집중할 수 있는 일에 매달렸다.



삼개월 간의 홈트레이닝과 식단 조절 끝에 다시 원래의 몸으로 복귀했다. 이 과정에서 체지방을 감량하고, 근육을 키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운동을 하면서 '코로나'로 인한 답답한 일상과 우울함,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감과 두려움, 코로나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들을 조금은 잊을 수 있었다.


오늘도 집 안에서 마음껏 숨을 내쉬면서 심장이 터질 때까지 전신 운동을 하고, 사이클을 탔다. 땀이 비오듯 흐른다. 샤워를 하고, 느끼는 그날의 상쾌함은 '코로나'로 인한 나의 모든 좋지 않았던 감정과 일들을 어느정도 잠재웠다. 거기다가 어떤 목표에 도달했다는 성취감까지 가져다 주었다.


만약, 운동을 하지 않은채 코로나를 겪었다면 나는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배달의 민족앱에서 맛있는 음식을 찾고 있는건 아니었을지.

 

꿈에라도 나올까 지긋지긋한 '코로나'.

내가 운동을 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생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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