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이었다. 그 유행에 힘입어 우연히 몇 가지 책을 읽어 보게 되었고,
그 이후로 5-6년간 미니멀 라이프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의 고수는 아니더라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미니멀리스트'라고.
블로그마다, 책마다, 유투버마다 각자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는 한 나무에 달린 잎처럼 모양도 색도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미니멀 라이프를 거부하기도 하며 비판하기도 한다.
미니멀 라이프는 많고 많은 삶의 방식 중 하나이다. 어떤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까 하는 일종의 삶의 선택 문제.
다만, 미니멀 라이프라는 하나의 삶의 방식을 선택했을 뿐인데 이 삶의 방식은 나의 모든 것을 변화시켜 버렸기에 얻고 느낀 것들을 공유하고 싶다.
미니멀 라이프는 단순히 물건을 줄여 나가고 비움을 실천하는 것 그 이상이었다. 내 삶의 선순환의 시작은. 미니멀 라이프에서 비롯되었다.
<옷>
한국은 사계절의 나라지만 칼로 자른 것처럼 사계로 분절된 것은 아니다. 체감온도 영하 10도부터 35도쯤까지(?) 날씨가 정말 다양하다. 기온은 올라갔지만 바람이 불어 추운 날, 눈이 쏟아지는 3월, 일교차가 심한 날 등등 계절 변화의 스펙트럼이 다양해 옷이 많이 필요하다.
그뿐 아니라 가볍게 입는 옷차림,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옷차림, 일할 때 입는 옷, 주말에 입을 옷 등 종류도 많다. 특히 여자라면 치마, 원피스, 민소매, 반소매, 7부 소매 등등 옷의 스타일도 다양하다. 이건 뭐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것이다.
이런 옷들에 투자되는 시간과 돈, 그로 인한 문제들이 많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어떤 옷을 입는지에 관심이 없다는 것도.
그리고 옷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것 말고도 나를 표현할 다른 방법이 아주 많다는 것도.
옷을 사고 고르는 시간, 옷을 골라 조합하여 입는 시간, 옷을 정리하는 시간, 계절에 따라 나누고 보관하는 데 드는 노동의 시간, 세탁하는 시간, 옷을 버리는 시간, 옷을 사기 위해 소비되는 돈.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대체 가족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 해당 가구원의 수만큼 드러난다.
거기다 옷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물의 양과 환경오염, 폐기된 옷이 유발하는 환경문제 등등 '옷'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들을 알고 난 후에 과연 무엇이 맞는 길일까?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미니멀 옷장 만들기' 프로젝트를 혼자 진행하고 있었다.
한 계절은 지내보아야 가능한 것 이기 때문에 1년이라는 긴 시간을 두고 진행했다. 작년 여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올해 8월이 되면 일 년이 된다. 지금의 내 옷장은 어떻게 되었을까? 공간이 텅텅 비었다.
나의 규칙은 간단했다.
아이템은 하나 이상 갖지 않기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옷 구입하기
구입할 때는 좋은 질과 최고로 마음에 드는 옷으로 구입하기.
단순한 옷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함께 생각하기.
관리가 쉽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소재 선택하기.
친환경적인 소재를 선택하기.
사이즈가 작거나 커서 옷을 버리는 일이 없도록 일정한 신체 사이즈 유지하기.
이런 규칙을 고수하며 옷장을 점차 비우고 비웠다.
그래서 내가 얻은 것은
1.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는 시간
2. 옷을 관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공간
3. 옷에 소비되는 돈
4. 옷을 사는 데 들어가는 돈과 시간
5. 버리는 옷의 수
이렇게 나는 시간과 돈, 공간을 얻게 되었다.
이렇게 모인 시간과 돈으로 무엇을 했을까?
반신욕을 하며 명상을 하기도 한다.
글을 쓴다.
틈틈이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운동을 한다.
정성스레 세수를 하고 피부를 관리한다.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한다.
옷더미가 아닌 곳에서 살아가는 기쁨은 생각보다 크다.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사고, 가짓수가 더 많을 때보다 나만의 스타일을 더 잘 추구해 나갈 수 있었다.
다양성을 추구하고 싶을 때는 가벼운 액세서리나 장신구, 신발로 포인트를 준다.
화려하고 다양한 옷보다 환한 얼굴과 표정, 여유 있는 태도가 보다 나를 더 빛나게 만들었다.
나는 이제 옷에 압도되지 않는 옷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다. 더 이상 세일과 신상,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다. 우리 집의 서랍과 옷장은 옷더미로 꽉꽉 채워져 호흡곤란 상태가 아니라 언제나 숨을 쉬고 있다.
옷장에도, 삶에도 여유가 넘친다. 이 여유는 날마다 조금씩 깊어진다. 그래서 나는 날마다 나를 위해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내 삶의 방식을 '너무 사랑한다' 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