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다시 쓰기로 결심하고 브런치 북의 제목을 '일상생활'이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글 쓰기 멤버들에게 공표했다.
"저는 일상의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쓰겠습니다"라고.
그리고 그 선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편의 확진. 그리고 아이의 연이은 확진으로 길고 긴 재택 치료가 시작되었다. 알 사람은 알고 모를 사람은 모르겠지만 아이가 있는 집의 재택 치료와 격리는 성인보다 더 힘들다.
(굳이 쓰지는 않겠다)
집에서 있는 시간을 오롯이 함께 보내야 했고 중간중간 아이가 아플까 봐 살피고 비대면 진료를 받고 체크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보다 못해 집 안에 에어바운스까지 구입했다는 것은 정말 내가 끝까지 힘들었다는 말이기도 할 것 같다. 거실 안 켠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바람 빠진 에어바운스가 풀 죽고 생기를 잃은 내 마음 같다.
어쨌든 코로나는 우리 집을 그렇게 거쳐갔고 나는 상상 코로나인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과 육체 피로를 호소하며 글을 쓰려고 스타벅스에 왔다. 마감이 없다면 언젠가 끄적여둔 초고를 다시 고칠 생각도 없이 영원히 컴퓨터 속 한편에 묻어뒀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마감을 지켜가며 꾸역꾸역 글을 쓰러 온 것은 코로나로 나의 '일상생활'이 더없이 소중해졌고 이렇게 글로라도 분출하면 안 될 만큼 코로나로 인한 내 감정들이 속에서 심하게 소용돌이쳤기 때문이다.
내 이름이 담긴 책을 출간하고 나서 한동안 글쓰기를 멈췄다.
컴퓨터 안에서 조용히 살고 있던 내 글이 책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는 것이 마냥 신나는 일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책을 펴 내는 것이 뭐랄까.. 내 안의 내밀한 생각을 누군가에게 들켜 버린 것만 같았고, 그래서 한동안은 이불 킥을 했다. 내가 쓴 글이라고 내 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모든 활동을 잠시 중단 하면서 다시금 내 책이 떠올랐다.
처음은 누구나 다 어설프고 힘드니까.
첫사랑도 아쉬움이 있고 마음 한 구석이 짠 한 것처럼. 첫 아이를 키우면서도 힘든 것처럼..
그런 첫 책에 내 마음이 짠하게 느껴지면서 다시 꺼내보게되었다.
다시 한번 용기를 내서 글을 써보기로 했다.
책을 내겠다는 거창한 생각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글쓰기를 밥먹듯이 근육을 단련해 나가듯이
꾸준히 써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삶을 살아오면서 크게 영감을 받은 두 권의 책이 있다. 하나는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그리고 한 권은 박혜윤의 <숲 속의 자본주의자>. 이 두 권의 책과 그간 지속적으로 읽었던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내 생활에 접목시켜 가고 있는지 소소하게 풀어 내보려 한다. 사고방식과 삶의 목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는 지금의 나를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도록 만들었다.
나의 잘못만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아두며 나의 가장 미운 점들만을 낱낱이 찾아내던 나는 '과거의 나'가 되었다. 현재의 나를 사랑하고 현재에 집중하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 '온전함' 속에서 나는 더 없는 평화를 느낀다. 가끔 이 편안함이 '내가 이렇게 편안해도 되나?' 싶을 만큼 느껴져 과거의 '나'가 불안이라는 달콤함을 자꾸 던져주지만 그때마다 이 글쓰기를 통해 내 갈 길을 걸어 나가려고 한다.
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숲 속의 자본주의자>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첫 글을 마무리한다.
"포기하면 내게 중요하고 가치 있었던 무언가가 없어지지만 결코 그 빈자리가 지속되지는 않는다.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이 새로운 가치가 되어 나타난다.
무언가를 포기한다고 삶이 포기되는 것은 아니다.
일말의 희망을 진심으로 내려놓는다면 일상은 본래의 모습을 회복한다.
실패의 틀을 벗고 기쁨도 아쉬움도 그 자체로 느낄 수 있는 삶의 또 다른 순간이 찾아온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포기한다고 삶이 포기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포기도 때가 있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
어쩌면 삶에서 중요한 것은 얻고, 노력하고, 애쓰는 더하는 삶(+) 보다 때로는 내려놓고, 비우고 기다리는 것, 즉 덜어내는 것이 (-) 더 중요하고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 사실을 너무 뒤늦게 알았지만 이제서라도 나 자신을 통해서 온전히 느낄 수 있음에 더없이 감사하다.
내가 향해가는 마이너스(-)가 한없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