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느새 자라난 손톱을 톡톡 깎는다
둥글어진 손끝을 가만히 매만져보면
특유의 거칢이 날카롭게 전해진다
할퀴어 생긴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고
손톱의 모서리 또한 언젠간 마모된다
나는 매번 새로운 손으로 펜을 잡는다
시계의 초침은 한 칸씩 걸음을 옮기고
뒤척일 때마다 이불의 주름은 변하고
창밖의 나뭇잎은 이내 붉게 물들었다
나의 작년과 올해, 어제와 오늘
불과 아까와 지금까지도 하나 같은 건 없다
매번 자리를 빼앗기던 영원이란 단어는
결국 무(無)의 옆자리에 둥지를 틀었건만
어리석은 나만이 이를 망각하고 살아간다
때가 되면 톡톡 잘려 나갈 달의 조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