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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이목 May 27. 2024

가엾이 여기소서

나는 오늘도 가슴 위에 두 손을 모으고

다리를 구부려 이마를 바닥에 맞댄다

라일락 내음이 진동하던 어느 계절에

마음이 동하는 대로 온 세상을 떠돌며

바라마지않는 소망만 간절히 좇느라

사랑하는 이의 눈물방울을 외면하고

아버지의 주름이 하나 늘어나는 것도

자식 걱정에 잠 못 이룬 어머니의 밤도

차츰 잊어버린 어리석음에 통곡한다

카메라에 채 담지 못한 눈부신 미소와

타자기로 새기지 못한 배려의 언어가

파도에 치어 산산조각 난 지금에서야

하늘에 닿을까 모를 기도를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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