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가 어떻게 되세요?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사람들을 만나면 대뜸 MBTI부터 물어보고는 한다. MBTI는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로... 간단하게 말하자면 사람을 16개로 분류하는 심리테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예전에는 혈액형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봤다면 요즘 사람들은 혈액형 대신 MBTI를 물어보고는 한다.
B와 연애를 시작할 즈음 MBTI가 유행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MBTI가 없었다면 나와 그는 수백번에 수백번을 더 해서 싸웠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달랐다. 하늘과 끝만큼 달랐다. 흔히들 남자는 화성에서 오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고 말할 정도로 다르다는데 우리는 수성과 해왕성의 거리만큼 달랐다.
이쯤에서 내 동거인인 B를 소개하겠다. B가 MBTI를 검사를 하면 한결같이 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 ISTJ가 나온다. 조용하고, 현실적이고, 변화를 싫어하고, 규칙을 잘 준수한다는 ISTJ. 본 적은 없지만 회사에서도 분명 조용히 일만 하다 올 것이다. 취미도 취향도 특별할 것이 없고, 벽에 잘 박힌 못처럼 고정된 안정감을 주는 사람.
그리고 나도 MBTI 검사를 하면 한결같은 결과가 나온다. 해맑은 꽃밭으로 묘사되고는 하는 ENFP... 시끄럽고 즉흥적이고 변화를 사랑하고 틀에 박힌 것을 싫어 한다는...ENFP. 나는 꼼짝없이 앉아서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직장에 들어갔다가 이틀만에 탈출한 전적이 있었고,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굉장히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하루에도 수백번씩 기쁨과 슬픔을 오갔다.
B는 브레이크 고장난 핀볼처럼 이리저리 날뛰는 날 보고 당황스러워 했다. 과거의 경험에 반추하여 자신의 행동패턴을 수정한다는 ISTJ는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행동패턴을 찾지 못했다. 반대로 나도 B가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갑자기 찾아가도 왜 기뻐하지 않는지, 쉬는 날 무슨 취미 생활을 하며 보내는 것인지, 도대체 왜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하는지...
권태기로 고생하는 커플도 있다던데... 하도 많이 싸워서 권태기가 터벅터벅 걸어오다가도 들불처럼 싸우는 우리를 보고 달아났을 것이다. 9년동안 정말 많이 싸우고 많이 울고 또 많이 웃었다.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겠는가.
말로 하는 것보다 글로 쓰는게 편해서였을까? 의외로 나는 남들에게 내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다. 9년동안 내 머릿속에 B와의 이야기가 배출되지는 않고 쌓이기만 했다. 사실 지금도 내 안의 무언가를 꺼내보인다는 것이 익숙하지는 않은데, 머릿속에 자꾸 대롱대롱 피어올라서 나는 꼭 B와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물론 내가 하는 이야기니까 내 이야기에 가까울테지만, 어쨌든 내 이야기를 하려면 9년 만난 B를 빼놓을 수가 없다.
주변 누구에게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하는 이야기가 더 편할때도 있지 않은가? 다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살짝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왜 그렇게 싸웠는지, 그럼에도 서로 어떤 면을 좋아하는지, 내가 그리고 B가 어떻게 살아왔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