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글
2023년 11월
나의 첫 그림책 초안
나의 고향
아주 큰 아파트가 있는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나는 나의 고향이 이곳이라 생각해
그래 나의 고향은 여기야
뛰어다니다가 벌에 쏘인 적도 있고
들에서 큰 개구리를 잡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수달이 나오고
앞마당엔 엄마가 학교 다닐 때 만든 동상이 있어
오빠야가 그린 할아버지 그림이 있고
김장을 하기 위해 나만한 양념통을 만들고
밤이면 할머니 할아버지 있는 방에서 잠을 잤어
숙모랑 삼촌이랑 같이 논으로 구경 가고
어른이 돼서는 집 앞에서 사진도 찍었지
다 같이 모여 밥 먹는 모습도 찍고
나의 고향에서 사랑을 가득 받고 자란 나는
다른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는 방법도
좌절에도 금세 일어나는 방법도
사랑을 나누는 방법도
배웠어
여전히 해가 여기서 뜨고
달이 여기서 뜨는 나의 고향엔
나는 그대로인 거 같은데
조금씩 조용해지는 거 같아
저 다섯째 딸 려니 딸이에요라고 외치는 말도 필요 없어져
사랑이 가득한 나의 고향이
개구리 소리로
매미소리로
귀뚜라미 소리로
소복소복 눈소리로 채워지는데
이제는 나의 사랑으로 담아야겠다
나의 사랑으로 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