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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A Sep 14. 2021

살아있는 전설 애니 레보비츠 사진전 2

능력 밖의 사업 확장이 불러온 재앙

솔직히 내한공연을 할 때 아티스트 리스크는 당연히 고려대상이었다.

아티스트 본인이 직접 내한하여 '실연(演 : 실제로 하여 보임)'하는 형태이므로 당연히 아티스트의 모든 상황이 공연을 위한 고려대상이었다.

그러나 전시회의 작가가 아티스트 리스크가 있는 건 처음으로 겪는 상황이었다.

주변 모든 환경이 나에게 이 전시는 하라고 밀어주는 것 같았던 그 상황은 의외의 상황 때문에 당황하게 되었다.

애니 레보비츠는 미국 정부도 존경을 표하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녀의 한국 전시회에 주한 미국 대사관도 관심을 보였다.

어느 정도였냐면 웰컴 파티를 주최할 경우 대사님 부부가 참석해주시겠다고 할 정도였다.

작가 역시 첫 한국 전시에 한국 방문을 하겠다고 했으며 웰컴 파티에 작가 자신이 어떤 드레스업을 것인지까지 설명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작가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한국에 오지 못했다.

그 이유가 참.. 안타깝다.

수전 손택과 전 세계를 다니며 작업하던 시기에 애니는 유럽과 미국 여러 곳에 스튜디오를 열었다.

그러나 아티스트로서 최고인 애니가 사업적 능력은 아티스트의 능력만큼은 되지 않았던 듯하다.

결국 그녀는 모든 스튜디오가 파산하고 뉴욕 외곽에 살던 본인의 농장까지 정리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로서의 그녀의 역량을 믿었던 한 투자회사가 그녀의 모든 빚을 다 안았다고 한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빚을 탕감받은 대신 애니의 작업 스케줄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원래 한국을 방문하기로 한 그 시기 즈음 보그 촬영 일정이 우선이 되어 갑자기 한국에 없다고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방문하지 못하게 된 이유를 영상으로까지 찍어 보내주며 미안함을 표시했지만 전시의 중요한 마케팅 하나로 이용하려고 했던 작가 방문 웰컴 파티가 취소되어버리자 나는 잠시 패닉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시회는 어차피 진행되어야 하고 작가가 오지 않는다고 전시회 주최 자체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 눈물을 머금고 다른 마케팅 키 포인트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내한 공연이라 생각하자... 공연에서 겪던 아티스트 리스크라고 생각하자

내가 이 전에 내한 공연 기획 경험이 없었더라면 극복하기 참 힘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변함없는 진리 하나

The Show Must Go on~!

전시는 계속되어야 했다.

이건 별 일 아니다.


그렇게 애니 레보비츠 사진전은 무사히(?!) 개막하게 되었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애니 레보비츠 사진전 에이전트인 수전 블룸은 굉장히 놀라워하며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정확하게 '거의' 전화통화와 이메일만으로 전시를 만들어 낸 우리 팀이 놀랍다며 한 명 한 명에게 편지와 작은 선물도 주었다.


아직도 애니 레보비츠를 생각하면 좀 씁쓸하다.

그야말로 All time legend 인 그녀가 사진이 아닌 다른 이유로 발목이 묶여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활발한 작업을 하는 그녀의 소식을 접하며 그녀가 얼른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사슬에서 벗어나 더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녀는 여전히 최고의 사진가이며 아티스트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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