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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원 Nov 02. 2021

밤의 해변에서 혼자

나를 찾아가는 여행에세이 8 - 부산 밤바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나는 별들이 환히 빛나는 모습 바라보며,
밤의 해변에서 혼자,
온 우주와 미래의 비밀을 풀 열쇠에 대해 생각한다.

ㅡ 「밤의 해변에서 혼자」 중에서



여름밤, 차가워진 밤공기 속에서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문득 글이 쓰고 싶어졌다.

모든 게 이어지고, 인연의 끈과 운명의 끈이 맞닿는 곳에서 알 수 없는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오랫동안 선망했던 인생과 동경했던 모습을 향해 도전하는 삶이 아닌 순수하고 맑은 마음으로 내 본연의 몸으로 살아가길 원했다.


나는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가. 이전과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려고 한다.  나 자신이 두려워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세상의 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준다. 나에게 여름은 어떤 의미였을까. 느릿느릿 거북이 같아도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고 또 본연의 나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나의 목소리가 있었다.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목소리. 바람을 느끼고 파도에 몸을 맡길 때 정말 만나고 싶었던 나를 만났다. 용기를 내서 가장 깊은 곳의 그 목소리를 끄집어내고 싶었다.


저 멀리 밀려오는 너울을 바라보며 파도가 다가오길 기다리듯이 글을 쓰는 마음도 무르익어야 한다. 살아있다고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파도를 타고 텃밭을 가꾸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맑고 순수한 마음의 파동을 전하며 살아가자.



<시>


나는 내가 누구이고 무엇인지 단 한 번도 알지 못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내 모든 오만한 시들 앞에 서 있는 진정한 나는 여전히 만져지지 않은 채, 이야기되지 않은 채, 전혀 도달되지 못한 채 멀찍이 물러나, 조롱 어린 축하의 몸짓과 인사로 나를 놀리며


내가 쓴 모든 단어들을 야유하는 큰 웃음 멀리서 터뜨리며


침묵 속에 이 노래들 가리키고는, 이어서 아래의 모래를 가리키고 있으니.



나는 진정 그 무엇도, 단 하나의 대상도 이해한 적 없었다는 걸, 그리고 그 어떤 인간도 그리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바다의 모습을 한 이곳의 자연은 나를 이용해 나를 쏘고 찌른다


내 감히 입을 열어 조금이라도 노래하고자 하였기에.



ㅡ 「내가 생명의 대양과 함께 썰물처럼 빠져나갔을 때」 중에서




바다와 해변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과 황홀감이 있다! 바다와 해변의 단순함, 심지어 텅 비어 있음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지! 바다와 해변의 여러 방향들과 방향 없음에 의해 깨어나는 우리 내면의 그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ㅡ「해변에서 보낸 어느 겨울날」 중에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 by 월트 휘트먼


조우하는 에우리디케와 오르페우스
오르페우스(Orpheus)와 에우리디케(Eurydike)

오르페우스(Orpheus)와 에우리디케(Eurydike)

Christian Gottlieb Kratzenstein-Stub (1806)



안돼! (저승으로 끌려들어가는 에우리디케)
오르페우스의 슬픈 리라 선율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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