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4
삶에는 결말이라는 것도, 원인-결과로 이어지는 당연한 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삶과 사건이야말로 복잡계의 전형이 아닐까? 우리는 삶과 사건을 결국엔 이해할 수 없다. 애초에 이해해야 하는 대상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너는 지금 어딘가에 도착하기 위한 길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도, 당장 오늘이나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시간 속에서 네게는 '지금'만이 실재할 뿐이다.
알 수 있거나 없거나,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는, 특정할 수 없는 수의 '원인'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사건'에서 너는 어떤 확실한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 그 사이를 잇는 길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어떤 결말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그저 사건이 발생할 뿐이다. 사건이 일어나면 인간은 그제야 뒤를 돌아보며 자신이 볼 수 있고, 알 수 있는 것만을 얘기하며 '이것 때문이다/덕분이다'할 뿐이다.
그러니 네게 실재하고 의미 있는 것은 오늘, 지금, 네 앞의 일 뿐이다. 그것만을 생각하고, 그것만을 위해 살아가도 된다. 네 삶은 먼 미래 어딘가가 아니라 지금, 여기 한 점에 응축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