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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니모 Feb 04. 2022

일진

하루하루

'몇 신데 벌써부터 공사를 하지?'


쿵쿵 소리에 일어나자마자 이웃집의 인테리어 공사가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불 밖으로 손을 허우적거리며 잡은 휴대전화 속 시간은 오전 9시. 정확하네.

잠에서 막 깨 떠지지 않는 눈을 들어 기다리던 메시지가 와있을까 휴대전화 속 메신저를 눌렀다.


어제 늦은 오후 클라이언트사 한 곳으로부터 업무 연락을 받았다. 내가 담당 중인 클라이언트사에 3, 4일 회사 전체 휴무임을 일주일 전에 알렸었고 미리 업무를 처리해 보냈었다. 그들도 확인을 마친 상태라, 나는 오랜만에 청하는 낮잠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업무 연락 메시지를 열어보길 잠시 미루고 단잠에 빠졌다.

그날 저녁 늦게 열어본 메시지에는 추가 작업 사항이 있다며 정보를 내일 오전에 전달하겠으니 처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속이 끓었지만 화살이 다른 곳으로 돌아갈까 애써 평정을 가장했다.


어제 주겠다는 그 정보는 내가 일어나기 30분 전에 이미 도착해있었다. 함께 일한 지 3주 정도 된 담당자의 업무처리에 대한 나의 평가는 '일을 잘하는 척하는 사람'이다. 업무를 함께하면 피곤한 스타일. 오늘처럼 말이다.

메신저에는 장황한 글들로 추가 작업 사항보다 훨씬 더 많은 요구가 들어있었다.

그녀에 대한 나의 평가가 틀린 게 아니라 확신하며 11시쯤 회사로 향했다.


긴 연휴에 오랜만에 온 회사는 그새 낯설어 있었다.

아무도 없는 어둡고 텅 빈 사무실은 오늘따라 유난히 나와 닮아있었다.

가득 차 있던 열정이란 연료는 이미 다 연소되었고 까만 재만 바닥에 폴폴 날리고 있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다시 궤도를 이탈할 준비를 해야 할까? 그 후엔?

기회비용이 줄어들고 있는 요즘은 그 후를 어디까지 만들 수 있을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다.

내가 지쳐버릴까 봐. 이미 지쳐있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살아가야겠지. 사는 게 재밌으니까.(지금은 잠시 지쳤지만)

그러니 언제가 될지 모르는, 지금의 마침표를 찍는 그날이 온다면 선택할 수 있도록 다음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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