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베짱이
Ep5. 선택과 집중
플랫폼을 이용해 일을 하다 보면, 처음에 견적 냈던 스펙과 달라진 내용의 프로젝트들이 빈번하게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 한 개를 쳐내면서 아주 소규모라고 해서 받은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부피가 커서 작업시간을 많이 요하게 되기도 했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얼마 큼인지 가늠이 잘 안 되는 우리는 급한 마음에 시간을 무리하게 소모하며 체력을 축내면서 작업을 소화했다. 일이 들어오면 무리한 일정을 잡고 받아들였다.(일에 미친것 같다고 서로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을 만큼ㅎㅎ)
육체적 힘듦보다는 나는 즐거움이 먼저였던 거 같고, 나의 짝꿍 베짱이는 아마 즐거움+걱정이 먼저였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전 에피소드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나는 마지막 시안 작업을 끝내고 그날 뻗어버렸다. 그리고 며칠 전 나의 짝꿍 베짱이도 뻗어버렸다. 심지어 허리 통증까지 호소했다..ㅠㅠ 안돼!!! 소중한 내 짝꿍 베짱이 ㅠㅠㅠㅠㅠ
지난 주말에 늦잠을 잤다고 말하며 일어난 적이 있었는데, 그날 나의 수면시간은 고작 7시간이었다. 지난주의 평균 수면 시간이 4시간.
나는 작업할 때 헛손질을 거의 안 하는 편으로 시간 낭비를 잘하지 않는 편이다. (유일한 장점? 대신 딴짓을 엄청함. 집중력 바닥...) 프로젝트가 여러 개 돌아가도 숨 쉴 구멍은 잘 만들어놓을 정도로. 주변에서 여유로워 보인다고 말할 정도로 시간 사용이 잘되는 인간인데. 아니 베짱이인데, 이 정도로 무리했다. 나보다 더 심하게 잠을 자지 않은 것으로 추측되는 나의 짝꿍 베짱이는 더 심각한 한 주를 보냈을 것이다.
여유가 없었다. 처리할 업무들이 많았다. 그래도 나는 하루의 낙인 잠자기 전 독서시간을 확보했고, 틈틈이 주 3회 태권도 운동도 시작해 빠짐없이 나갔다. 아마 나는 이것들에 대한 대미지도 무시 못할 만큼 쌓였었던 것 같다. 피로하니 업무효율도 현저히 떨어졌다. 그래서 업무시간은 늘어지는 악순환의 굴레에 들어와 버렸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순간인가? 업무에만 올인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일을 줄이고 여가를 확보해야지. 여가를 줄이고 업무시간을 더 확보하는 것은 아무리 사업 초반이라도 득 보다 실이 많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래가지 못할 것 같았다. 조금 더 이 생활을 지속하다가 룰을 정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짝꿍 베짱이가 뻗었다는 슬픈 소식에 급히 베짱이회 안건을 올리고 모임을 가졌다.
주 2일은 무조건 쉰다.
디폴트 토, 일 쉰다.
더 쉬어도 된다 일정만 괜찮으면!!
그래도 무조건 주 2일은 쉰다.
안된다면 1일이라도 제발
새벽 작업 금지! Am 2:00전에 무조건 업무 마감
어길 시에는 사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사유서를 쓸 계획이다. 하하하.
좀 더 의식하고 지켜내 나가 보다 보면, 언젠가 위에 적은 대로 굴러가겠지.
짝꿍 베짱이는 한 명이 뻗으면 다 같이 죽는 거라고 자신의 몸을 자신의 것이라고만 생각하지 말자고 했다.
이 바쁜 와중에 나와 짝꿍 베짱이는 열심히 운동도 한다.
나는 태권도를 주 3회 나가고 점심 식후 광합성을, 저녁 식후 산책을 꼭 한다. (피곤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짝꿍 베짱이는 모닝 필라테스를 나가고 저녁엔 러닝을 한다.
지난 한 주 나는 정말 내 짝꿍 베짱이가 베짱이가 아니라 개미인 줄 알았다. 나 역시 개미가 되어가는 줄 알았다. 답지 않다. 여유로운 베짱이가 되자!
그러면서도 계속 빡빡하게 일정을 잡고 있다. 스타트업의 불안에서 비롯된 건지, 욕심에서 비롯된 건지.. 허허
어디 한번 된통 당해야 고쳐질 듯싶다.
그래도 의식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해보자!
https://www.instagram.com/workinggrasshop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