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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쉼에, 엄마는 안녕했나요?

긴 연휴와 겨울 방학의 끝에서

by Joy Kim

제제의 긴 겨울방학이 끝났다. 대부분의 영어유치원들이 그렇듯, 수수는 크리스마스 즈음 이미 일주일의 방학이 끝났지만, 언니와 함께 방학을 보내게 하기 위해, 2주 동안 유치원을 쉬게 해주었다. 2주 동안 둘의 진정한 방학이 시작 되었다. 둘은 아침일찍 일어나 연년생 자매답게 가열차게 싸웠고, 아침 점심을 두 끼 해먹이고 나면, 엄마인 나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엄마는 육아 난이도가 쉬운 것을 결코 두고 볼 수 없는 류의 사람이었다. 좀 편안하게 두면 될 것을 꼭 일을 복잡하게 만들어 버린다.


쉬고 있는 동안 피아노가 너무 좋아진 수수. 눈만 뜨면 피아노 학원으로 달려가고 싶어진 그녀를 어찌 말릴까. 그런 상황이다 보니, 나는 제제의 방학 중 학교 영어 프로그램 시간 90분 안에, 수수의 피아노 레슨 수업 40분 스케줄을 끼워 놓고, 그 시간 안에 빠르게 수수를 내려주고 다시 태워 오기를 매일같이 했다. 막히는 도심을 빠르게 헤엄치듯, 비어있는 차선을 허락하지 않고, 테트리스로 채우듯, 옮겨다니며, 두 아이들을 열심히 라이드 했다. 이유는 제제가 동생의 학원 따라가기를 너무 싫어하기 때문이다. 제제가 수업하는 사이, 수수는 얼른 무언가를 끝내고 제제 앞에 서있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수수는 소나티네 한 곡을 열심히 암보해, 피아노 콩쿨에 나갔고, 소규모 대회지만 1등을 수상했다. 못말리는 그녀.


제제는 서서히 사회성이 발달하고 있지만, 오전에 수업 한 개 정도만 해도 하루치 에너지를 다 써버리곤 한다. 보통 사람들보다 늘 과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일까. 한 개의 수업이 끝나면, 이유를 불문하고, 일단 집으로 가자로 외친다. 알지 못하는 곳에서 밥먹고, 화장실을 가고, 찬바람과 새로운 환경들을 맞딱드릴 에너지가 제제에게는 없다. 그저 집으로 와서 잠시 휴식을 취해야 다시 밖으로 나갈 힘을, 다른 활동을 할 힘을 회복한다. 대부분의 자폐스펙트럼 친구들이 비슷하리라. 익숙한 공간에서 비슷판 양상의 활동에 깊게 몰입하며. 하나의 활동을 끝내면, 제제 역시 얼른 집으로 돌아와 익숙한 화장실로 달려가 일을 보고, 늘 입던 파자마를 입고, 백지를 펼쳐 그림을 그려야, 다시 살 것 같아지는 모양.


제제를 태권도 차에 태워 보내고, 수수를 영어, 수학 학원에 데려다 주고, 못다한 숙제나 시험을 체크해서 들여보내고, 다시 제제가 다니는 태권도에 몰래 숨어서 제제가 잘 하고 있는 지를 살펴보는 일도 엄마의 몫.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일인가, 언제나 반문하며, 둘의 스케줄을 바삐 오가며, 아이들이 부디 이 겨울을 온전히 잘 커나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살아냈던 나의 지난 2주는 그야말로 다람쥐 쳇바퀴 였을 터.


7세 고시에 대해 써놓고 보니, 나는 얼마간은 수수 엄마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나 돌아보게 되었다. 제제를 위해 이 겨울은 괜찮은 엄마였나 생각하다 보니, 제제 엄마로서는 눈가가 축축해지는 엄마. 성과만이 성취만이 온당한 것은 아닌데, 우리에게 이 겨울은 무엇이었을까, 혹은 봄은 우리에게 어떻게 준비되어야 할까, 엄마는 다시 새로운 길 위에 서있다.


이게 맞나? 이렇게 아이를 기르고, 이렇게 내가 살아내는 일은 온당한가. 온당함에 더해, 나에게나 아이들에게나 괜찮은 하루하루 였을까, 나는 스스로에게 캐묻는 일에 빠져 지냈다. 저 높은 비행기 위에 올라가서야, 비로소 내가 사는 마을이 작지만 입체적으로 보여지는 것처럼, 11월의 어느날처럼 제제와 수수를 데리고 나는 다시 길 위에 혹독하게 섰다. 살 만하지 않은 것 같았던 1월의 2주, 명절를 지나, 나는 커다란 짐가방을 끌며, 아이들과 함께 눈내리는 김포공항을 출발해, 비내리는 제주도로 향하고 있었다. 거기서 만난 나와 아이들 이야기를 이제 또 써보고, 정리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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