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학원의 daily report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에 대하여
영어 학원 단체톡방에 불이 났다. daily report라고 해서, 아이가 학원에 출석해서, 적절히 참여했는 지, 숙제는 어느 정도 기준에 맡게 수행한 것인 지를 A,B 등으로 평가하는 것인데, 매일같이 엄마들이 이 평가에 대해 쑥덕쑥덕 말들을 쏟아내는 것이 어딘가 불편하다.
7세 고시를 어렵게 통과해서 들어간 학원이고, 그러니 한 두 해 다닐 학원도 아니니, 아이가 이런 저런 파도타기를 잘 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지켜봐주면 좋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이틀 평가를 받고말 것이 아닌데, A인지 B인지 그것이 그토록 중요할까 싶은 마음이다. 그 지표에 전전긍긍하라고 학원에서 만든 것이 아닐텐데, 그 결과지를 두고, 타인과 대화를 하는 게 필요할까 싶은 마음도 드는 것이다. 그저, 그 지표는 애초에 모두가 다 최선을 다해서 긴장감 있게 예습복습을 해오기를 권장하는 차원에서, 그러니까 구성원 모두가 다 힘껏 좋은 수업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을 것 같은데, 엄마들이 그 지표가 매번 엄마 본인을 평가하는 듯 엄중한 자세로 받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아이가 좋은 성적을 받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을 터인데, 그걸 매번 엄마가 신경쓰는 것이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이 갈까 싶기도 하고. 알파벳 지표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얼굴을 살피는 일 아닐까 싶다. 알파벳 지표가 심대하게 낮게 나왔다면, 그전에 엄마는 단체톡방에서 그 얘기를 다른 엄마들하고 할 일이 아니고, 아이가 겨우겨우 학원에 다니는 것은 아닌 지 감지해 보고, 그런 쪽으로 걱정이 되는 일이라면, 학원 담당 선생님과 상담을 하거나, 아이가 잘 따라가고 있는 지를 체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그쪽이 아니라면, 조금 무심해지는 편이 낫지 않을까. 알파벳은 평가자의 관점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어도, 아이가 크게 힘들이지 않고 다닌다면, 조금은 지켜보는 것이 필요할 것도 같은데. 이제 겨우 초등학교를 입학한 아이들 아닌가. 학교에 적응하느라, 하루가 즐겁지만, 긴장도 높게 에너지와 뇌를 쓰다보면, 숙제를 평소보다 덜 할 수도 있고, 학원에 가서도 집중력이 흐려질 수도, 하물며 졸 수도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니, 아이들도, 아이들 걱정에 한 시도 편안하지 못한 엄마들도 안쓰럽다.
인생은 변수가 가득하다. 잘 나가다가도, 어느 순간 고꾸라질 수 있는 것인데. 우리가 너무 조마조마하게, 남의 평가에 나와 아이의 인생을 출렁이며, 외줄타기 하는 외로운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오히려 필요 이상 다같이 담담해지면 어떨까 싶기도 하도.
그저 평가란 내 아이가 너무 벗어나지 않게하는 고마운 안전장치쯤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매번 평균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거나, 뒤쳐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조마조마해지면, 우리 아이들은 인생의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 엄마 눈치를 보다가, 한 발 앞으로 나가는 일조차도 힘들어 질 수도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것.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너가 한번 더 잘해도 괜찮고, 나도 못할 때가 있는 사람이 돼주어도 별일 없다고, 그런 부담없는 친구로서 곁을 지키며, 각자 몫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는 그런 날이다.
<꼭 이래야만 돼!>라는 게 많을수록 인생의 고단함이 크다고 한다. 그러니 인생이 정답에서 좀 벗어나도, 우회 경로에서 생각 이상의 다른 것을 만날 기대로 내 아이가 설레며 살길 바라본다. 이렇다 보니, 나는 큰 인물은 키울 수 없는 엄마인가 싶지만, 나는 내 아이가 혼자 우뚝솟은 산이 되는 것 또한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니, 적당히 오래 길게 뭐가 됐든 그렇게 쭈욱 해나가길 바라는 바가 된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