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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Mar 27. 2023

1. 아들과 단둘이 미국 횡단 여행

뉴욕, 라스베이거스, 샌디에이고, 뉴포트비치, LA의 대장정

  여행을 다녀온 후 3개월이 지났다.

  이 길었던 여정, 특히 아빠 혼자 온전히 8세 아들과 10일을 보내며 더할 나위 없는 행복감을 느꼈던 여정을 기록해 놓아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하고 싶었다. 


  한 겨울 혹독한 뉴욕 시티의 겨울 날씨를 헤치고 맨해튼 이곳저곳을 이 잡듯이 돌아다닌 시간과 연말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함과 북적스러움 사이에서 삼시 세끼를 챙기는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 샌디에이고의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고 온화한 날씨와 환경 속에서 걷고 웃던 시간들을 넘어, 다양한 테마파크(놀이공원)를 거치며 나누었던 웃음과 잊지 못할 경험들.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였던 LA에서 느낀 아쉬움 까지를 꼼꼼히 복기(復棋)하면 내 기억 속에 아들과 함께한 시간을 다시 한번 아로새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난 여행을 준비하고 다녀오며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왜 둘이서만 가?'였다. '엄마는 왜 안 가나?', '왜 생고생을 사서하나?'라는 질문들에 일일이 대답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겁이 났던 것도 사실이다. 정말이지 악몽도 많이 꿨다. 크리스마스로 가장 맨해튼이 복잡한 바로 그날. 우리 둘은 뉴욕 한복판을 활보하는 일정이었다. 내 악몽의 대부분은 지하철에서 아들을 놓고 내린다거나, 록펠러 센터 트리 앞에서 생이별을 해 우리 아들이 경찰서에서 울며 아빠를 기다리는 그런 류의 꿈들이었다. 


  그래서 출발 전부터 별 쇼를 다했다. 애플의 에어태그(Air tag)를 사가지고 아이 패딩 안에 넣어둘 생각부터, 강아지 줄처럼 아이들을 매달아 다닐 수 있는 끈을 구매할까도 고민했다. 키즈폰이 로밍이 안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애플워치를 채워 위치 추적을 해야 하나 생각도 했었다. 물론 이 모든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다 사람 사는 세상이었고, 그렇게 익스트림한 혼잡은 살짝살짝 피해 갈 수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니 대중교통을 타고 여행을 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고, 더욱이 낯선 환경에 놓이다 보니 보호자를 찾는 아이의 오감 센서는 한층 고도화되었다. 덕분에 손 잡고 다니는 시간도 많았고,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옆자리에 딱 붙어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끊임없는 묵찌빠를 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돌아보니, 정말이지 모든 것이 좋았다. 그리고 감사했다. 큰 사고 없이 잘 다녀온 것도 그랬고, 때때로 멘붕이 왔던 나를 옆에서 잘 지켜봐 주고 보조 맞추어 준 아들에게도 감사했다. 그래. 따지고 보면 아들에게 제일 감사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0일이지만, 그 안에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아빠가 당황하는 게 느껴졌을 때마다, 때로는 아빠가 기분이 안 좋은 표정이 나타날 때마다, 우리 아들은 귀신같이 알아채고 나를 배려한 것 같다. 고맙다. 


  여하튼 가급적 최대한 자세히 여행의 시간들을 기록하려고 한다. 나와 비슷한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약간의 도움이 될 수도 있을지 몰라, 10일간 주요 방문지와 타임 스케줄을 공유한다. 도시는 크게 뉴욕 – 라스베이거스 – 샌디에이고 – 뉴포트비치 – LA를 다녀왔고, 상대적으로 긴 거리 이동인 뉴욕 → 라스베이거스는 비행기로, 나머지는 모두 차량으로 이동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샌디에이고는 당초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려고 했으나, 갑작스러운 항공 일정 캔슬로 급히 렌터카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 순간이 10일 중 가장 아찔하고 공포스러운 순간이었다. 


  얼마나 자세히 글을 전개할지는 써봐야 알겠지만, 여행의 준비부터 각 도시에서 우리가 들르고 경험했던 순간순간과 둘이서 먹고 마셨던 장소 장소들을 가급적 빠짐없이 소개해 보겠다. 다음은 단 둘이 미국 여행준비와 출국을 이야기하겠다. 둘만의 미국 여행, 더군다나 코로나 시기에 출국을 하다 보니, 블로그나 소셜에 떠다니는 정보들에 휘둘렸던 것도 사실이다. 타임테이블에 맞추어 어떤 것들을 미리 준비하고, 어떤 것들이 유용했는지에 대해 정리할 작정이다. 


  여행 전체 일정은 당초 계획했던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아래 보는 일정은 8세 남아와 44세 아빠가 실제로 현장에서 잠이 오면 자고, 피곤하면 쉬고, 잠이 깨면 돌아다니는 다소 본능과 상황에 따라 움직인 가장 실질적인 일정을 정리한 버전이다. 혹시 계획한 버전의 스케줄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댓글을 주시면 감사하겠다. 


  다음 편에서부터 본격적인 여행기를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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