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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Apr 11. 2023

'성장'을 가로막는 리더의  말버릇

  올해 초, 기업(조직)과 개인의 관계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로 대퇴사(Great Resignation)와 조용한 사직(Quite Quitting)이 꼽혔다. 특히 고용 수요가 탄탄한 미국을 중심으로 MZ세대의 이직은 기성세대보다 월등히 잦았고, 기업에 머문다 하더라도 시킨 것 이외에는 더하지 않겠다는 마인드셋을 주창하는 조용한 사직은 SNS를 중심으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사실 한두해 전만 하더라도 새로운 주류 계층으로 떠오르는 MZ세대의 선호를 맞추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절실했다. 경쟁적으로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엄청난 임금 인상을 제안했고, 코로나로 접하게 된 재택근무는 새로운 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 경기부양책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속하게 금리를 올리자 곳곳에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깊어졌다. 기업들은 저마다의 자구책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이와 관련된 사례들이야 수도 없지만, 이런 반전의 과정을 겪으며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특히 불경기를 대비하면서도 능력 있는 젊은 인재를 붙잡기 위해서는 정말 그들이 원하는 것을 임팩트있게 제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최고인재들로 부터 가장 많이,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었던 키워드가 있다.

  바로 ‘성장’이다.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는 연봉도, 재택근무도 희생할 수 있다 말하는 우수 인재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지고, AI나 로봇으로 대체되는 일자리에 대한 두려움을 마음 한켠에 가지고 있는 젊은 세대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역량과 경험을 탑재하기 위해 끊임없는 성장의 여정을 택했다. 


  특히, 조직 안에 있는 리더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야말로 치열한 인재 전쟁 속에서 우수한 인재를 뽑는 것도 어려워졌지만, 이제 일한 만큼의 보상과 적절한 성장 포인트를 찾지 못한 인재들이 하루도 지체하지 않고 조직을 떠나는 대퇴사의 시대를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말할 때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기업이 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다. 사티아나델라라는 새로운 CEO가 취임하며 특유의 겸손(humility)한 자세로 ‘Growth Mindset’을 주장하며 그 거대한 IT공룡 조직을 하나하나 바꾸어 나간 이야기는 책으로, 기사로 수도 없이 대서특필되었다. 그런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어이 '23년 3월의 마지막 주에 사고를 쳤다. 


  지구상에서 가장 핫 한 AI서비스로 자리매김한 OpenAI의 ChatGPT와 지구인 대부분이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Microsoft의 Office 패키지를 결합해 Copilot이라는 엄청난 기술을 소개했다. 몇몇 IT 전문가들은 이 발표가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아이폰 이후 최대의 진보를 말했다 평가하는 경우도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정말이지 지구의 모든 직장인의 일하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을 완벽하게 바꾸어 낼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가 취임하며 전 세계 마이크로소프트인에게 소개한 한 문장은 성장 마인드셋의 전형이었다. 

  ‘나도 잘 모르니 함께 배우며 나아가자’ (Don't be a knew-it-all, Be a Learn-it-all) 


  그렇다. 세계에서 가장 큰 IT 기업의 선장을 맡게 된 그조차 나도 모르는 부분이 있고, 모든 지식을 알 수가 없으며, 각자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 지식과 아이디어를 나누며 혁신을 만들어내자는 겸손의 메시지였다.


  말은 마음의 거울이라 했던가?

  ‘나도 잘 모르니…’라는 시작은 정말이지 많은 여백을 허락한다. 누구든 그 뒤에 그가 모를 수도 있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서로에게 공유되지 않은 지식과 의견을 얼마든지 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경영학의 케이스스터디가 그러하듯 성공 사례를 돌아보는 것은 달콤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이 발견되는 듯하다. (물론 그래서 성공사례가 더욱더 가치 있고 귀중하게 다루어지겠지만…) 


  실무자의 의견과 논리가 설명되는 보고자리, 위아래를 막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나 대안을 개발하는 자리, 새로운 일을 추진하기 위해 여러 가지 경로들이 검토되는 자리에서 마주하는 리더들의 접두사는 중요하다. 특히 조직에서 가장 긴 시간 근무하고, 경험 많은 리더들의 첫마디는 그 이후 모든 참여자들뿐 아니라, 그 순간의 효율성을 극도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 


  ‘내가 다 해봤는데…’, ‘내가 그거 아는데…’, ‘내가 예전에 어디서 들었는데…’로 시작하는 리더는 어떠할까? 


  이런 순간 무어라도 차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좌절한다. 80%가 같지만 20%의 차이로 극적인 결과나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혁신가들은 그 20%에 주목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때때로 입버릇처럼 ‘내가 안다’, ‘내가 해봤다’를 외치는 리더를 만나면 그에게 어느 정도의 여백이 남아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정말이지 끝까지 문제를 마주하였기에 후배들이 실패의 길을 반복하지 말라는 뜻일 수도 있겠다'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엘론 머스크의 말처럼 문제를 끝까지 마주해 본 사람은 그 과정의 모든 detail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절대로 그 문제가 답이 없는 문제라 치부하지 않는다 했다. 


  성장은 무언가를 채워나가는 일이라 생각을 해보면, 이는 반드시 여백이 필요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 경험, 아이디어를 닮을 여유 있는 그릇이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이를 받아들이고, 소화해 자기 것으로 만들고 응용하는 일은 다음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성장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돕는 리더일까? 

  이 질문에 그 누구보다 자유롭지 않지만, 사소한 입버릇 하나가 내 생각의 태도를 넘어, 조직, 팀, 집단의 지성을 가로막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자기 인식을 해보는 기회를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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