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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Jun 26. 2023

AI 시대, 어정쩡하면 죽는다.

적당한 기획력, 과정관리력, 전문성으로는...

  `22년 11월, 챗GPT가 대중에 소개되었다. 채 3개월이 지나지 않아 이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과 미디어들은 이제야 말로 쓸모 있는 AI가 나타났다고 부산을 떨었고,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 콘텐츠들은 챗GPT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화 도구, 효율성 증대 방안을 기하급수적으로 양산했다. 뿐만 아니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정면 대결과 각종 생산성 도구에 접목된 New Version의 AI기술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만한 내용이 가득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한 사람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Copilot 영상은 최근 몇 년을 돌아봐도 가장 쇼킹한 진화의 현장을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구글이 들고 나온 AI가 접목된 각종 애플리케이션은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 과정에서 최근 AI와 관련된 엄청난 종류의 생산성 도구들을 꾸준히 리뷰해 공개해 주시는 분의 블로그(정확히 말하면 링크드인 포스팅)를 보게 되었다. 요약의 요약을 거듭하자면 이제 무언가를 기획하고 이를 보고하기 위한 초안을 만드는 데에는 그다지 많은 에너지와 노력이 소모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보유한 기업의 다양한 종류의 지식 자산을 AI에게 제대로 학습시키기만 할 수 있다면 억겁의 시간이 걸릴 것처럼 보였던 기업 및 직무 관련 노하우 습득 역시 원하는 부분만 쏙쏙 골라 학습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란 이야기였다. (너무 요약한 것 같긴 하다.)


  최근 각종 Assessment Tool 들을 여러 각도로 분석하며, 이 결과를 인사 운영 측면에 사용할 방안은 없는지를 고민 중이다. 지금도 5분이면 할 수 있는 국민 성격 검사툴인 MBTI를 비롯해, DiSC, Strength Finder는 물론이고, 인간 본연의 성격과 기질을 들여다보려는 TCI, Big 5, Big 10 등을 하나하나 뜯어보았고, 종국에는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활용 중인 Hogan, Korn Ferry, Mercer 등의 진단도 면밀히 들여다보는 중이다. 


  성향(성격/기질/가치관/방어성향) 검사를 통해 업무에서 요구하는 성향적 요인들이 개인이 가진 그것과 일치할 때면 업무 성과가 높아지고, 가치관에 부합하면 장기근속에 유리하다는 논문이 수도 없이 많은 것을 보면 이런 심리학 기반의 각종 검사 도구들의 Data를 제대로 축적하여 실제 활용 가능한 인사이트를 뽑아내야 할 의무감 마저 들었다. 


  자연스레 고성과자들의 특성이라던지, 특정 직무에서 요구하는 성향 요소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내다보니, AI가 사무실의 업무 처리 방식을 고려해 이제 정말 미래에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인재의 역할과 특성이 눈에 들어왔다.  


  1) 우선 적당한 기획력과 창의성이다. 

  엄청난 양의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가 몇 번이고 클릭을 해도 너무나 친절하게 새로운 '초안'을 만들어 주는 AI에게 적당한 기획력, 아이디어, 창의성은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지금껏 디자인 회사에 수천만 원을 가져다주고 5장의 초안을 받아 보는데 1달이 걸렸다면, 이제 그 정도의 고퀄은 아니지만 모티브를 잡을 만한 수백 장의 이미지를 5분, 10분 안에 앉은자리에서 검토하는 시대가 열렸다. 

  옵션이 많아지면 선택이 쉬울 것 같으나, 실상 '선택과 집중'은 그다지 쉽지 않다. 경영학 케이스 스터디에서나 자주 등장하는 선택과 집중의 예술은 대부분 그 이야기를 회고하는 장면에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기 위한 논리와 근거, 외부 환경에 대한 해석과 대응 전략 수립의 실력은 그 자체로 복잡계다. 그래서 이런 다양한 요소들을 제대로 해석하여 엣지 있는 기획, 실행가능한 대안, 보다 창의적인 방법론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저 수백 장의 옵션을 꺼내 주는 AI에게서 반발걸음도 더 앞에 서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을 잊지 말자.


  2) 어정쩡한 중간관리자나 메시지 전달자는 의미가 없어지게 되었다.

  사실 정보나 메시지를 전달'만'하며 위-아래, 좌-우에서 깊은 고민이나 의사결정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이제 곧 기업은 효율화의 렌즈로 그들을 찾아낼 것이다. AI가 만들어 내는 수천 종의 초안은 더 나은 대안을 빠르게 찾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다. 이런 환경에서 중간관리나 메시지 전달에 드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엄청난 비효율을 발생시킬 것이다.

  즉, 지금까지는 Idea Generation에 필요한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었기 때문에 메시지 중간 전달이 그다지 늦거나 비효율 같아 보이지 않았겠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아직도 기획안을 가져다주면 책상 위나 서랍 속에서 하루, 이틀을 묵히고 기다려 최종 의사결정자의 손에 들어가는 일이 있다면 이는 협업툴이나 업무 환경의 Digitization으로 모두 기록화된다. 슬랙, 팀즈, 구글 워크스페이스가 커버하는 업무의 영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문제의 시작과 해결이 모두 디지털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세상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개인의 생산성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된다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메시지를 옮기며 며칠씩 딜레이를 만드는 정보 배달부는 너트와 볼트를 조이는 단순 제조직을 넘어 더 빠르게 조직 내에서 사라질 것이다.


  3) 마지막으로는 덜 익은 전문성이다. 

  전문성은 어찌 보면 개인이 일을 하는 최소한의 자격 요건(Minimal Requirements)으로 여겨지지만 그 정도와 깊이는 천차만별이다. 수십 년 전 우리는 오래전부터 연차와 나이가 전문성을 올려주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하며 인사제도를 만들었고, 이 환경과 컨디션을 당연히 여겼다. 요즘도 일부 사업장에서는 하루라도 일을 더 한 사람이 한 푼이라도 더 비싼 월급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한 곳도 많다. 

  지식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전문성의 정도는 각양각색이다. 도전적인 과제를 손에 들고 고통스러운 사고와 시행착오의 여정을 거치며 자기 전문성을 더욱더 날카롭게 갈고닦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확연히 구분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각종 매체와 학습 도구들이 발달함에 따라 기획-실행-복기-발전의 트랙을 수도 없이 거친 그야말로 '찐 전문가'와 그럴듯한 이야기를 가지고 수박 겉핥기 정도를 번드러지게 말하는 이를 구분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챗GPT와 바드 등 거대 언어모델(LLM) 기반의 AI서비스는 할루시네이션이라 불리는 거짓말 제조 능력도 출중하다. 무엇을 묻건 그럴듯한 대답을 마구 쏟아내지만, 상당 부분은 잘못된 정보일 경우도 허다하다는 이야기다. 뭘 제대로 아는 사람이 이를 본다면 금세 구분해 내고, 이에 대한 수정과 재작성을 요구하겠지만 무엇이 똥인지 된장인지도 구분 못하는 이들이 이를 그대로 사용했다간 큰코다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리해 보자면, 이제 확실한 기초 지식, 다양한 경험, 자기 분야에서의 탁월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능력을 증폭시키는 AI의 활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겠다. AI를 서비스하는 기업들이 좋아하는 단어들 중 '기하급수적', 인간 능력의 '증폭' 같은 것들이 많은데, 이는 전적으로 AI를 사용하는 사람의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뿐만 아니라, 챗GPT를 금지하는 기업, 사용을 장려하는 기업도 눈에 띈다. 자사의 보안 정보가 여과 없이 AI학습 재료로 사용될 것을 두려워하는 기업과 어떻게 서는 이런 생산성 증폭 도구(?)를 사용해 미래 경쟁력을 선점하려는 조직이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필자 역시 출시 초부터 열심히 열심히 AI를 사용해 보려고 상당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 역시 반복이 쌓이고 노하우가 축적되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찾게 되리라는 믿음에서다. 하지만, 이런 카오스 속에서도 분명한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더 선명해지고 있다는 점이고, AI와 인간의 경계가 모호한 영역에서의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리의 영역을 더욱더 강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선택하자. 그리고 직시하자. 적당한, 어정쩡한 역량, 능력, 실력은 그 어느 때 보다 쉽게 밖으로 드러나고, 그 어느 때 보다 빠르게 대체될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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