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를 이용한 금액 늘리기
몇 가지 선택을 제시하면 사람들은 그중 한 가지를 고른다. 일일이 다 살펴보고 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빠르게 결정하려는 사람들에게 맞추어 다양한 숫자 제시 전략이 존재한다.
제일 대표적인 것은 2000원 대신 1990원 같은 식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언듯 보면 1천 원 대에서 제공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다. 처음엔 당황스럽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런 식의 전략에 짜증이 나기도 하고, 또 너도나도 다 이렇게 가격표를 쓰면 그냥 무덤덤해지기도 한다.
반대의 전략도 있는데 기부금을 받을 때 조금씩 더 받기 위해 5달러, 10달러, 20달러, 50달러 이런 식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5달러, 11달러, 22달러, 55달러 이런 식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원래 20달러 정도로 생각했던 사람은 22달러를 누르든지, 아니면 번거롭게 20달러를 손으로 입력해야 하는데, 기부를 하면서까지 이렇게 잔꾀를 부리는 것에 짜증이 많이 났던 기억이 있다. 물론 효과는 아마 상당히 있었을 것 같다.
단기적으로 분명 효과가 있었겠지만, 전반적으로 이런 기교들은 개인적으로 짜증을 불러일으켰고, 장기적으로 그곳과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는 방향으로 동작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얼마 전 뉴스에서 28살의 사회운동가가 선거에 당선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그녀의 선거 운동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게 되었다. 여러 기사에서는 그녀가 소액 기부를 받아 선거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부분이 강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사: 28살 사회운동가, 10선 의원을 꺾다 (한겨레, 2018.6.27)
홈페이지(https://ocasio2018.com/)는 기부금 선택을 다음과 같이 보여주고 있었는데, 늘 이런 문제를 고민하던 나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숫자들의 조합이었다.
만약 내가 10달러를 기부하려고 했다면 무엇을 누를까? 14를 누를까? 아니면 5? 아니면 직접 입력?
혹은 내가 20달러를 기부하려고 했다면 무엇을 누를까? 30달러나 40달러를 기부하려 한다면?
그녀의 지지자들이 마음속에 무엇을 마음먹을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아마 10이나 20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럴 경우 12나 22처럼 거부감 있는 숫자가 아니라 다소 난수적으로 보이는 14와 27은 잔재주로 보이기보다는 알 수 없는 마음의 모습이고 그냥 생각 없이 14나 27을 쉽게 누름으로써 기부금 액수를 늘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녀의 지지자들이 30이나 40을 많이 생각했다면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