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이모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아, 물론 진짜 이모를 말할 때는 이모라고 한다. 내가 절대 쓰지 않는 경우는 이모가 아닌데 이모라고 하는 경우다.
이모란 말은 한식 음식점에서 나이가 든 여종업원을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최근 들어 '사장님'에 좀 밀리는 느낌이 있지만 그 전까지는 가장 활발히 쓰이는 말이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한다, "이모! 여기 김치 좀 더 주세요" 비슷한 예로 언니가 있다.
왜 굳이 중식, 일식, 양식에서는 쓰지 못 하는데, 한식 음식점에서만 쓸 수 있느냐? 아마도 무언가 친근함의 표현일 것이다. 형식적 부계사회이지만 원래 오랫동안 모계사회였던 우리의 특성상 엄마 여형제는 엄마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존중의 의미일 수 있다. 그냥 '아줌마'라고 부르면 뭔가 낮추어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되고 끝없는 존칭 인플레 사회에서는 이전 보다 더 높은 호칭을 부르지 않으면 도무지 이 사람을 높여주지 않는 것 같은 강박관념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줌마를 높여서 이모라고 부르고, 이모라는 말이 널리 퍼지면 다시 이모는 낮춤말이 되니까 여기서 또 다시 높여서 부를 말을 찾게 되는데 그게 요즘 많이 부르는 '사장님'이다. 아마도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이제 '사장님'도 낮추어 부르는 느낌이 날테고 그러면 '회장님'이나 '신' 혹은 '신님'이라고 부르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아줌마'도 '이모'도 '아가씨'도 '언니'도 쓸 수 없다. 나처럼 '여기요'라고 말하는 건 비인격화한 것이라 더 나쁘다고 비난한다면 그 비난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역시 뇌가 좀 이상해서 그런지 억지로 관계를 설정하여 왜곡되기보다는 아예 관계 설정을 안 하는 편이 낫다고 변명하고 싶다.
그러나 물론! 태어나서 한 번도 누군가 이렇게 '이모'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지적해 본적은 절대 없다.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고... 나는 내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