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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용 Aug 24. 2019

차이티 라떼, 그리고 커피

평범 아니면 특이

요즘 시트콤으로 빅뱅이론을 넷플릭스로 본다. 

거기에 셸든이라는 아스퍼거성으로 보이는 인물이 무언가 음식을 주문할 때 엄청 까다롭게 세부 선택을 해서 주위 사람들을 질리게 하거나 고생시키는 에피소드가 가끔 나온다. 그 장면을 볼 때 마다.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문득 스타벅스를 간다는 사람이 커피를 사줄까하고 부탁을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메리카노 아니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키는데, 내가 


"제가 커피를 안 마셔서요... 차이티 라떼라는 것이 있는데, 아이스로 해서 그란데 사이즈로 우유를 두유로 바꾸고 차이시럽을 두 펌프만 넣는데 얼음 양을 좀 적게 해 주세요"


라고 했더니, 표정이 어두워진다.


사실 남들 다 마시는 커피를 안 마시는 이유도 있고, 그에 따른 고통도 많았고, 에피소드도 정말 많이 있지만 일단 접고, 가장 괴로운 점은 다같이 커피 마시러 갈 때 차도 잘 마시지 않는 나는 무얼 먹어야할지 매번 너무너무 괴로왔는데 단 음료를 피하려고 여러 번 시도하다 골라낸 것이 차이티라떼이다. 


나는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 하기 때문에 (유당불내증은 아닌 것 같지만) 두유를 바꾸고, 단 맛이 싫어서 차이 시럽을 줄이고 늘리고 실험을 하다가 찾은 것이 그란데 사이즈의 두 펌프. 원래는 네 펌프인데 그란데 사이즈는 두 펌프로 절반만 넣을 수 있는 반면 톨 사이즈는 원래 세 펌프이기 때문에 한 펌프 아니면 두 펌프 밖에는 선택할 수 없다. 


이렇게 차이티라떼를 나의 음료로 결정한 뒤부터 나는 너무 세상이 편해졌다. 선택을 단순하게 만드는 규칙을 찾으면 나는 쾌감을 얻는 성격이다. 어딜 가든 스타벅스를 찾고 거기 가면 이걸 마신다. 스타벅스가 여의치 않으면 커피빈을 가게 된다. 커피빈도 없으면 괴롭다.


한 번은 인도에서 스타벅스를 갔는데, 스타벅스에 차이티라떼가 없었다. 내가 투덜거렸더니, 인도에 오래 사셨던 분이 '인도 스타벅스에서 왜 차이티를 찾나? 그건 마치 한국 스타벅스에서 보리차를 찾는 것과 같잖아!'라고 말했다. ㅎㅎ 물론 2-3년 뒤에 인도 스타벅스에도 차이티라떼가 생겼다.


주문이 복잡하다보니 역시 여러 에피소드가 있는데 가장 웃겼던 건,

인도에서 찰리에게 부탁하고 찰리는 회사 운전사에게 부탁을 했는데 결국 온 것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진짜 이상한 맛의 음료였다. 

아마 내 생각에 차이티라떼에 에스프레소를 투 샷 넣은 것 같다. 결국 버렸는데 나중에 아는 사람이 그린티라떼에 에스프레소 샷 추가하는 음료가 한국에서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적도 있어서, 티라떼에 에스프레소가 그렇게 괴상한 음료는 아니라고 말해 주었다. 


하여간 이렇다보니, 처음 만나서 내가 이런 메뉴를 주문하는 걸 보는 주변 사람들은 내가 굉장히 스타벅스 매니아거나, 아니면 맛에 민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나는 굉장히 맛에 둔감한 사람이다. 커피를 못 마시고 차 마시는 것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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