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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율 Apr 19. 2022

어떤 꿈

자각몽

꿈에 남편이 아닌 멋진 남자가 나왔다.
그는 나를 데리고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처음 느껴보는 짜릿함과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러다 잠시 잠에서 깨어났는데 너무나 아쉬워 다시 꿈속에 들어가길 간절히 바랐고, 신기하게도 그게 가능했다.

자각몽이라 하던가. 꿈속을 거니는 내가 느껴지고,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멋진 남자를 다시 만나 더욱 반가웠고,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나는 보통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시험을 보는 꿈을 자주 꾸는 탓에 이런 꿈은 아주 드물고 희귀한 꿈이었다.

꿈속을 마음껏 누비고, 누리던 찰나, 어째서인지 행복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 즐거움과 재미는 충분히 느끼고 있었지만 뭔가 빠진 기분이 들었다. 현실이 아니라 그런가 싶었다.

그러다 문득 알게 되었다. 내 아들! 꿈을 꾸는 와중에도 아들 생각을 하다니. 두 돌이 다 되어가는 동안 한 번도 꿈에 나타난 적 없던 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남자를 붙들고 이야기했다.

이렇게 여행을 다니는데 행복을 느끼지 않아서 이상하게 여겼는데 그 이유를 알았다고. 나는 아들이 없으면 안 된다고. 멋진 남자, 넘쳐나는 부와 권력 다 필요 없고, 아들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그럼 나는 행복하다고 고백 아닌 고백을 하며 엉엉 울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는 나 역시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남자는 어리둥절해하며 결혼한 적도 없는데 아들은 무슨 아들이냐며 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식은땀이 났다.

내 아들이 사라졌다고? 그동안의 우리의 만남이 물거품이 되었다고? 분명 꿈인 줄 알면서도 그때 느꼈던 공포는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눈이 번쩍 뜨인 순간, 등 뒤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들이 느껴졌다.
'휴우.'
안도감과 벅찬 감동이 밀려들었다. 아들이 살아 숨 쉬며, 그간 우리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방 안에 누워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아들이 눈을 뜨면 분명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될 것이 뻔했지만 그날 하루만큼은 어느 날보다도 값진 아침이었고, 소중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곤히 자고 있는 아들을 와락 안으며 속삭였다.

"아들, 고마워. 사랑해 너무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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