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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율 Oct 14. 2023

나를 봐_바라보기만 해도

오늘은 본문이 아닌 표지를 가져왔는데요. 강렬한 첫인상을 가진 그림책 '나를 봐'입니다. 겉표지에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두 아이가 등장합니다. 반면 속표지에는 등을 진 두 아이가 눈을 감은 채 편안히 앉아있네요. 눈을 맞추고 직접 바라보는 시간이 쌓여야 눈을 감고도 통하는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걸 표현한 걸까요?

결혼 전에는 동갑인 남편을 가장 친한 친구라 여기며 시간을 쪼개 열심히 만났습니다. 남편의 이직으로 장거리 연애를 할 때는 한 달에 두어 번 밖에 보지 못해서 만날 때마다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어요.
결혼을 하고 그토록 바라던 일들이 가능해졌지만 기대했던 순간들은 상상만큼 달콤하지 않았어요. 결국 저는 옆에 있는 남편보다 남편을 닮은 아이가 궁금해 서둘러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지요. 아이를 품에 안게 되자 남편은 그저 동고동락을 함께하는 전우가 되었어요.


보통 아이가 생기면 동지가 된다고 하지만 제 마음이 이렇게 차가워질 줄은 몰랐습니다.
육아를 도와주러 온 동생까지 함께 살다 보니 어느새 남편과 필수적인 대화만 하는 사이가 되었더라고요. 동생이 본가로 돌아간 후에도 퇴근해서 안아달라는 남편이 귀찮게 느껴지기까지 했어요. 귀찮음이 습관이 되었는지 아이가 기관에 다니는 요즘도 스킨십을 요구하는 남편이 달갑지 않아요. 어쩌다 이지경이 된 걸까요. 오늘은 아이에게 가려져 있던 남편의 지친 어깨를, 졸음이 가득한 얼굴을, 퉁퉁 부은 다리를 찬찬히 들여다봐야겠습니다. 그리고 남편과 다시 눈을 맞춰야겠어요. 손만 잡아도 찌릿하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자꾸 눈을 맞추다 보면 마음이 통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남편이 퇴근해 돌아오면 '나를 봐' 대신 '널 볼게'라고 외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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