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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율 Oct 25. 2023

벽 타는 아이_그저 다를 뿐

‘보통마을’이라는 어느 마을에 이상한 아이들이 갇혀있다는 '모자성'이 있었어요. ‘벽 타는 아이’의 부모는 밤마다 벽과 천장을 걸어 다니는 아이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의사를 불러 아이를 고쳐달라 애원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을 벽 타는 아이라 당당히 외치며 제 발로 모자성에 가게 되죠. 성에 갇혀있던 아이들은 성벽을 걷는 아이를 발견하고 하나, 둘씩 함께 벽을 탑니다. 보통마을에서 벽을 탄다는 건 어쩌면 누구나 가능했던 일이었나 봅니다.     


'벽 타는 아이'를 처음 읽었을 때는 아이가 불쌍하다고만 생각했어요. 며칠 후, 책을 다시 집어 들었을 때는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깨닫게 되면서 책의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벽 타는 아이의 부모에게서 저의 모습을 발견했죠.     


저는 어려서부터 보통에서 벗어난 특이한 사람이라 여기며 살았는데, 엄마가 되니 자식이 평균에서 벗어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이었나 봅니다. 태어났을 때보다 왼쪽 뒤통수가 조금 더 튀어나온 것 같아 소아과에 갈 때마다 사경이 아닌지 물어보고, 다리가 곧지 않아서 안짱다리를 잘 본다는 병원이란 병원은 다 찾아다녔어요. 가끔씩 옆을 보면서 웃길래 유명하다는 여러 안과를 돌며 사시인지 확인하러 다녔죠. 또래보다 활동적이고 산만한 것 같아 발달센터를 네 군데나 찾아갔어요.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은 언제나 ‘정상이다, 괜찮다’였습니다. 보통에서 벗어나는 게 이상한 건 아닌데, 이상하다고 해도 나쁜 게 아닌데 자꾸만 아이를 치료의 대상으로 삼았어요. 고쳐야 할 건 아이가 아니라 제 마음이었죠. 어쩌면 보통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이제 아이가 가지고 있는 약간의 독특함도 그대로 사랑하는 엄마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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