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율 Oct 05. 2023

점_말로 하는 칭찬대신

쉽게 넘기지 못한 장면들(2)

심술쟁이 베티는 미술시간 내내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베티에게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원하는 걸 그려보라 합니다. 베티는 반항이라도 하듯 도화지 위에 점 하나를 힘껏 내리꽂습니다. 선생님은 한참 동안 도화지를 들여다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자! 이제 네 이름을 쓰렴.”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선생님 입에서 ‘이게 다야? 조금 더 그려봐, 무엇이라도 좋아, 점으로 무얼 만들 수 있을까?’ 정도의 부추기는 말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베티의 그림 자체를 존중하고 이름을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하더라고요. 심지어 점 하나와 베티 이름이 적힌 도화지를 금테 액자에 끼워 벽에 걸어두어. 다른 친구들이 보면 부러워할 수도 있겠지만 베티에게는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었죠. 물론 베티는 감동을 받기보다 더 멋진 점을 그릴 수 있다며 화를 냈지만요.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을 때는 그저 건강하기만을 바랐는데, 아이가 커갈수록 점점 욕심이 생깁니다. 키가 쑥쑥 자란다는 줄넘기 학원을 보내야 할지, 집중력을 키워준다는 미술학원을 보내야 할지 한창 고민할 때가 있었어요. 부족한 것이 보이면 채워주고 싶은 게 엄마라지만, 아이가 원하지 않을 때는 그저 엄마의 욕심이죠. 

이제 머리에 다리가 달린 아이의 그림을 볼 때마다 베티의 선생님을 떠올려야겠습니다. 엄마가 아이의 동기부여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지금 이대로의 아이를 인정하며 칭찬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일 테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알사탕_잔소리 그 안에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