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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율 Nov 15. 2023

두더지의 고민_고민 대신 기대


그림책 ‘두더지의 고민’은 친구가 없어 고민인 두더지가 눈덩이를 굴리다 벌어지는 일로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어가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장면에서 '걱정과 고민을 할 시간에 내 앞에 주어진 행복을 찾겠다'는 진부하지만 어려운 다짐을 하곤 했답니다. 고민에 빠져 눈덩이를 굴리느라 눈앞에 친구들을 발견하지 못하는 두더지가 너무 안타까웠거든요. 그런데 요즘 제가 두더지처럼 눈덩이를 굴리고 있었지 뭐예요? 얼마 전, 둘째가 찾아왔다는 걸 알게 되고 온갖 불안과 걱정에 파묻혀 지냈어요. 주변에 소식을 전할 때마다 축하를 받았지만 첫 아이 때와 달리 온전한 기쁨을 누리지는 못하겠더라고요. 임신, 출산, 육아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아이 한 명도 벅찬데 두 명은 어떻게 키우지? 입덧이 너무 심해서 첫째에게 밥도 못 차려주면 어쩌지?' 하며 정답 없는 고민이 끝도 없이 이어졌어요. 그러다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죠. 나름 커다란 고민을 안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처음에는 친구가 없어서 고민이라는 두더지가 가소로워 보였어요. 그러다 눈덩이에 하나, 둘씩 휩쓸리는 동물들을 보며 오래된 저의 다짐을 다시 끄집어냈어요. 지금처럼 고민만 하다가는 임신 중에 느낄 수 있는 평온과 행복을 다 놓쳐버리겠더라고요. 닥치면 어차피 하게 될 일, 걱정할 시간에 기대를 하기로 했어요. 첫 아이를 가졌을 때 온 우주를 가진 것처럼 벅차고 감격스러웠는데 언제 또 그 기분을 느낄 수 있겠어요? 마음을 고쳐먹고 나니 울렁거리던 속도, 지끈거리던 머리도 한결 가벼워졌답니다. 혹시 해결 못 할 고민으로 고민 중이라면 고민은 잠시 내려놓고 우리 앞에 숨어있는, 어쩌면 대놓고 드러내고 있는 행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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