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주영창업경진대회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고민들
첫 직장을 선택할 때 '내가 하고싶은 일이 뭐지?'라는 질문에 가장 충실했다.
제5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이하 정창경)에 지원자로서 그리고 탈락자로서 창업이라는 세계는 나에게 미지의 세계였고 알고싶은 대상이었다. 대학생 신분으로는 운 좋게도 정창경을 직접 운영해볼 수 있는 PM을 맡아 사회생활의 첫 시작을 하게 되었다. 프로젝트 관리의 기본은 예산관리와 정해진 기한에 맞추어 흔히 말해 프로젝트 워크플랜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었고 계획중독자인 나는 다행히 적성에 잘 맞았던 거 같다.
기업가정신 확산이라는 사업목적 아래 정창경은 전국을 돌며 스타트업 창업자 특강을 실시한다.
간편 송금 앱 토스를 개발한 비버리퍼블리카 대표를 시작으로 에어비앤비 코리아 대표,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블루홀 의장, 세계 100대 AI기업 루닛 대표, 한국블록체인협회 이사님 등 각 분야에 내놓라 하는 분들과 함께 강단에 서서 기업가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들은 큰 배움의 장이었다.
성공하신 분들의 모습을 보며 느낀 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알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렇게 인생의 두 번째 질문이 다가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이지?'
좋아하는 일을 정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강한 동기유발을 일으키는 일이더라도 성과가 좋지않으면 피해를 끼치는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잘하는 일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게 빠를 것 같았다. 위 프로젝트 관리 단에서 나는 행사 운영(사회, 프레젠테이션 스킬), 마케팅, 홈페이지 리뉴얼, 영상 기획, 인터뷰, 스타트업 심사, 입찰 및 대행사 관리, 커뮤니티 관리 등 폭넓고 일반적인 일들을 수행해왔다.
그 중 눈에띄는 성과는 사업의 핵심성과인 기업가정신(모객으로 측정) 확산 측면에서 5회 1,226명 -> 6회 1,622명 -> 7회 1,722명의 양적 성장을 한 점이다. 물론 예산 측면에서도 모객 대비 홍보비를 5회 52,551원 -> 6회 31,875원 -> 7회 25,258원으로 줄이며 프로젝트 효율을 거의 2배 가까이 올렸다. 불행하게도 속해 있는 곳이 '돈 많은' 비영리 재단이라 위같은 성과가 큰 주목을 받지는 않는다. 게다가 본인은 위 사업모델이 사업비전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보여주기식 성장을 계속하고 있으며 회사에는 새로운 이벤트 포멧을 제안중이다.
다시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이지?라는 질문으로 돌아와서 나는 이렇게 숫자로 명확하게 떨어지는 가시적인 마케팅 영역에 대한 희열을 느끼는 게 확실히 있었다. 마케팅..? 근데 이것은 내가 애초에 하고 싶던 일은 아니었다. 대학 시절 나는 2년간 공인회계사 공부를 하고 주식 투자와 글로벌 투자은행에 관심이 많았다. 대부분의 경영학도들이 그러하듯 돈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숫자에 대한 애정이 현재는 프로젝트 관리 중 마케팅 영역에서 표현되기 때문에 그나마 희열을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또 하나의 희열을 느끼는 포인트는 대학교 특강에 가서 학생분들과 소통하며 이야기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회계 재무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리스트를 하면 스타트업을 더욱 심도 있게 Value-add하는데 기여할 수 있고, 일에 대한 성과도 측정되고 보람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여기에서 생각이 한번 더 확장된다. 이전의 고민들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모두 '일'에 초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요즘에 욜로족이나 워라밸 등이 많이 중시되고 있는데 이런 일 외적인 가치들에 대한 고려가 부재되어 있었다.
뭔가 이런 딴 생각을 할때면 누구나 하는 고민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 동안 열심히 해서 지금의 조직 내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꾸리고 있는데 새로운 도전을 하면 마주하게 되는 불편함과 그에 대한 두려움이다. 모든게 불확실하다. 사람 스트레스, 야근, 급여, 출퇴근 거주환경, 워라밸, 부모님의 시선, 커리어패스에서의 미래가치 등. 뭐 하나 예상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f(성장에 대한 욕구, 커리어의 미래가치) > f(새로운 업무환경, 워라밸, 급여, 부모님의 시선, 여자친구의 시선) 이 부등호를 확실히 만족시켜야한다.
솔직히 일하면서 적성을 찾은거라고는 퇴근하고 집에와서 테니스치고 책읽는 시간이 너무너무 행복하다는 거다. 돈 많은 백수가 최고의 적성인데.. 여러가지 이유로 일단 나가서 일해야 한다. 어쩌다 나이는 먹어가지고 자유롭게 살면서 일도 하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소득을 키워 자아실현을 하며 취미로 노동을 해야하는데 그 경지에 오르기가 너무도 쉽지 않다.
p.s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남들과 달라도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오늘의 사춘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