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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석범 Nov 11. 2023

2023. 11. 11 토

자전적 울프를 읽다. 명확한 표현을 읽음으로써 그 정신을 넘겨받는 것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내 방법이다. 그때 느끼는 놀라움은 구름 사이로 막 비치기 시작한 한줄기 햇살 같다. 9월 이후 처음으로 여유롭다. 목이 간질거릴 때마다 피사의 역전 약국에서 산 스프레이를 목구멍 속에 뿌린다.

불안을 불안으로 내버려 두는 것은 향유라는 의미에서 예술의 범주에 속할 것이다. 지난 두 달간 감지 않는 눈이었으므로 앞으로 두 달간은 장님의 손이 될 것이다. 그렇게 영혼을 더듬으며 불안과 노닥거리는 친구가 되어 겨울을 날 것이다. 지금 프랑크푸르터 토어의 탑 뒤는 프라도에서 본 벨라스케즈의 하늘이다. 푸른빛이 도는 회색의 고상함 속에서 거대한 초상화 속 기이한 비율의 말 탄 왕비가 유령처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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