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Apr 20. 2022

불행에 나를 오래 놔두지 않기

다시 스페인이다.

6년 만인가.


그토록 밟고 싶었던 땅이었는데

그 사이 몸도 마음도 나이 든 나는 겁이 많아졌다.


과거의 호기로움이 용기를 불어넣어 줬지만

딱 출발 전까지.

그 뒤는 현재 나의 몫이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할까.

4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사람 때문인 줄 알았는데

결국 나 때문이더라.


입사 초 호되게 당하던 나는

어느새 완벽주의자가 되어 있었고,

틈을 보이지 않기 위해

나를 탓하고 채찍질하고 활활 태워

재만 남겼다.


그렇게 앞이 깜깜해졌다.

내일, 다음 주, 한 달, 일 년.

같은 자리 같은 모습의 내가

숨 막히고 눈물 나고 불행했다.


매일 나의 불행을 실감하는 일은 꽤 괴로웠다.

하루의 끝에서

남자 친구와 통화로 서로의 일상을 나누곤 했는데

나는 불행하고, 또 불행하다,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다.


싫고, 힘들고, 화나고, 얼룩덜룩한  하루를

확인 사살당하는 기분.

다들 이렇게 겉만 번지르르,

속은 엉망진창으로 사는 걸까?


그러다 우연히 본 유튜브에서

한 문장이 가슴에 꽂혔다.

“불행에 나를 오래 놔두지 마세요.”


일단 멈춰야 했다.

그리고 나는 2년의 여행 공백을 깨고 유럽으로 떠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