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전광판을 보고 실감했다.
“올라! 마드리드!”
마드리드다.
근데 수화물이 한참을 안 나온다.
혹시 분실됐나!? 이렇게 시작부터 안녕!?
그리고 곧 깨달았다.
‘아.. 이게 스페인의 속도구나..’
공항을 나오니 첫 번째 미션이 떨어졌다.
솔 광장 근처 숙소를 찾아가라!
네이버에 검색만 하면 쏟아지는
좋은 오지랖. 든든한 정보들.
하지만 실전은 달랐다.
이럴 때 믿을 건 눈치밖에!
주변을 살피다가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 뒤로 나도 슬며시 합류했다.
그리고 “올라! 솔!” 두 마디로 표를 획득.
뭐야, 순조로운데?
그렇게 플랫폼으로 입장했는데..
순조롭다는 말 취소!
전광판에 뜨는 그 어떤 글자도 해석할 수 없었다.
이때는 파파고 생각을 못 했다지.
잠시 후 렌페 한 대가 들어왔는데
중간 환승역인 차마르틴 역으로 가는 건지 아닌 건지..
미아가 된 기분.
어쩔 수 없다.
이제 용기 낼 시간이다.
왠지 온화해 보이는 아주머니를 붙잡고 물었다.
다행히 그분은 나랑 목적지가 같았고
챙김을 받으며 환승역 도착!
하지만 바로 위기가 닥쳤다.
플랫폼이 대체 몇 개야?
그래서 이 중에 솔 광장 가는 렌페는 뭔데?
16kg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올랐다 내렸다
결국 무릎에 멍이 들었다.
어쩔 수 없다.
또 용기 낼 시간이다.
왠지 스마트해 보이는 대학생을 붙잡고 물었다.
건너편으로 가란다.
이상하다.
인터넷에서 본 파란색 라인이 아닌데?
반신반의했지만 선택지가 없었기에 일단 탑승.
내릴까 말까 수십 번 고민하며
불안에 떨었는데..
그 대학생 말이 맞았다.
오늘의 교훈.
인터넷보다 현지인 말이 정확하다.
렌페는 나를 솔 광장에 무사히 떨궈주었다.
와! 진짜 유럽이다!
구경은하고 싶고 소매치기는 조심해야겠고
휴대폰을 가방에 넣은 채 가다가 빙~ 돌았다.
그래도 황홀했다.
긴 여정 끝에 도착한 숙소.
영어가 안 통한다.
스페인어를 모르는 나와
스페인어만 아는 직원.
서로 딴소리만 하다가 아무튼 체크인 성공!
18시간 비행의 먼지를 씻어내고
벌러덩 누웠는데.. 나 왜 벌써 외롭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