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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간 세상은 내편 Oct 30. 2023

글로 만나니까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걸요

글쓰기 반 마스코트, 흰 단발머리 휘날리며 드럼 치는 할머니

이은희 님은 글쓰기 반의 마스코트 같은 분이다.

(*마스코트,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어 간직하는 물건이나 사람)

앞머리가 있는 풍성하고 하얀 보브컷에 동글동글한 얼굴의 할머니가 장난스럽게 웃을 때면 만화에서 나온 캐릭터처럼 보인다.


처음 강의실에 들어와 수강자들을 마주했을 때 머리카락 전체가 하얘서 가장 눈에 띄었고 70대 후반으로 제일 연장자였다.  이야기꾼인 그녀가 표정과 손짓을 동원해 글을 읽고 이야기를 할 때면 강의실 분위기가 저절로 밝아졌다. 가끔 글을 읽다가 힘들었던 과거가 스쳐 울컥하는 분이 있으면 가장 따뜻하고 힘이 되는 위로를 건네는 사람도 은희 님이다. 사탕, 직접 내린 커피, 스콘 등 매번 간식까지 챙겨 와 나눠주니 어느새 글쓰기반을 품어주는 어미새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은희 님은 글쓰기반을 진정 즐기는 마음으로 온다. 글쓰기뿐 아니라 바리스타, 드럼 등 취미로 생활의 활력을 채우고 있다.

"새벽같이 드럼 치고 바로 글쓰기 수업 왔어요. 선생님, 커피 원두에 따라 물온도 달리 해야 되거든요. 오늘 제가 일리 원두로 내린 건데 나눠먹으려고 가져왔어요."

진심 커피전문점 커피보다 맛있다.


시간 안에 빠르게 글을 쓰는데도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적당한 속도로 감정을 담아 이야기하듯 읽어주는 목소리도 듣기 좋다. 유머러스하고 긍정적인 총명한 할머니로 만나다가 글에서 전업주부로만 살던 그녀가 사회로 나가서 가진 직업과 일에 대한 서사가 드러날 때 꽤 흥미로웠다.

그래서 할머니 이은희 님의 지금까지 일과 관련된 삶의 여정이 궁금해서 따로 인터뷰를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년의 여성의 삶이 다 비슷하지 싶어 관심을 가진 적 없었다. 나에겐 아직 먼 일이 것 같았다. 그런데 글쓰기 수업에서 만난 70대 후반의 이은희 님의 이야기는 낯설면서도 낯익었다. 그녀도 젊어서 지금 내 나이만큼 일 때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치열하게 살았던 워킹맘이었다. 그녀의 일에 대한 서사를 듣다 보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지금 내 나이였던 엄마의 모습과도 오버랩되고 내가 맞이하게 될 노년을 상상하게 된다. 앞으로 노인이라는 단어에 갇혀 제대로 보지 못했던 삶도 조금 더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을 마음에도 담았다.


나다운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일의 여정을 인터뷰하고 전하는 메일링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이은희 님의 인터뷰=>   <당신을 인터뷰해 드립니다> 이은희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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