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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날 May 04. 2022

감정, 티내지 말고 말합시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데, 나도 모두의 마음에 들 수 없듯이 모두가 내 마음에 들 수는 없다. 대부분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적당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 중에서 마음이 맞는 몇명은 나의 바운더리 안에 들어와 '나의 사람'이 되고, 또 다른 몇명은 고의적 거리를 유지한 '남의 사람'이 된다. 내 바운더리 안에 두느냐, 밀어내느냐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또 당시의 내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몇가지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기준은 매우 주관적이다.


그 중 한가지는 '감정적'인 사람이다. 인간은 소수의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감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유행하는 MBTI에서 T형 사람들이 약간 로봇처럼 묘사되지만, (나도 T이다) 이들도 이별을 겪으면 슬프고, 재밌는 프로그램을 보면 웃기고, 친한 친구가 안 좋은 일을 겪으면 화가 난다. MBTI에서 T형과 F형은 감정 '공감'의 측면에서 비교가 자주 되는 것 같지만, 어쨌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감정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내가 조금 거리를 두고자하는 '감정적'인 사람은 감정을 '뿜어내는' 사람들이다.


감정은 인간 내면의 것이다. 그래서 사실 내가 표현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감정은 인간 관계의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이며 그렇기에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사람을 정의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이러한 감정을 잘 다루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잘 다룬다는 것이 명상, 마음챙김과 같은 방법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찾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여기서 내가 좀더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것은 감정 '표현'이다.


교과서에서 말하듯, 인간의 의사소통 방법에는 비언어적 표현과 언어적 표현 방법이 있다. 나의 감정도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이 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방법이 필수적이다. 특히나 '감정'의 경우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법으로 보다 더 강렬하고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것 같다. 가령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던지, 함박미소를 짓는다던지와 같이 말이다. 긍정적인 감정을 보다 더 극적이고 강렬하게 표현하는 것은 사회생활을 하고 인간관계를 맺는데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표현을 하는 사람과 그 표현을 받는 사람 모두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부정적인 감정이다. 많은 인간관계의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불만이 없을 수 없고, 그렇다고 그 불만을 가족들에게 하듯이 모두 표현할 수는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비언어적 의사소통 방법을 사용하여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의 불만을 표출한다. 한숨을 크게 쉰다거나, 물건을 세게 놓는다던가, 짜증섞인 목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하지만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가장 큰 단점은 언어적 의사소통 방법에 비해 그 전달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숨을 쉬는 것이 다른 사람들로하여금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맞지만, 그것이 내가 배가 불러서인지, 어제 남자친구와 싸운 것때문인지, 업무 지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상대에 따라 전달의 정도도 매우 달라진다. 좀더 예민한 사람은 나의 한숨의 부정적인 의미를 캐치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내가 한숨을 쉰 것 조차 모를 것이다.


만약 내가 한숨을 쉬는 것과 같이 감정을 뿜어냈을때, 나의 기분이 아주 나아진다면 그래도 '득'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도 그렇고 주변을 보아도 부정적인 감정의 티를 팍팍 낸다고해서 그만큼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서로 오해를 불러일으켜 기분만 나빠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래서 나는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지는 경우엔,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방법보다는 언어적인 의사소통 방법을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비언어적인 방법이 필요하기도 하고, 모든 상황에 '말'로 나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굳이 비언어적인 방법이 불필요한 상황에서는 그것을 자제하고,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말로 나의 감정을 표현하려한다는 것이다.


본인의 잦은 부정적인 감정의 비언어적인 표현 방식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 혹은 그것이 정말로 컨트롤이 되지 않는 사람과는 거리를 둔다. 나의 짧은 경험상, 이러한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많이 부족한 자기중심적인(혹은 눈치가 더럽게 없는) 사람들인 경우를 많이 보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이 있으면 불편하다. 나도 모르게 상대의 눈치를 보게 되고, 내가 상대의 기분에 끌려다니게 된다. 특히나 사회생활에서 이러한 사람을 만난다면 굳이 나의 에너지를 써가며 관계를 맺을 이유는 더더욱 없다. 상대가 나에게 호감을 표하더라도 왠만해서는 적당한 관계를 유지한다. (최대한 선긋는 티를 내지 않으면서)  


대다수 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나의 기분을 궁금해하지도 않고, 그래서 아무리 티내봤자 말해주지 않으면 모른다! 짜증나는 티, 화나는 티, 컨디션 안좋은 티를 너무 자주, 팍팍 내다보면 직장에서 단순히 '성격 이상한 애' 혹은 '예민한 애'로 낙인찍혀버릴 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말 개인적으로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이러면 사람이 좀 없어보인다ㅠㅠ) '이구역의 미친X' 컨셉으로 사회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이미지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요즘 개인주의가 대세라고 하지만,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한 순간이 있으니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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