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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날 May 18. 2022

소심한 사람이 착한 사람은 아니에요

'소심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대담하지 못하고 조심성이 지나치게 많다'이다. 나는 여기서 의미를 좀 더 좁혀, 대담하지 못하고 조심성이 지나치게 많아 할 말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을 '소심한 사람'으로 지칭하고자 한다. '어른'이 말씀을 하실 땐, '네'라고 하는 것을 '예의'라고 배워왔던 한국 문화 때문인지,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는 것보단, 수동적으로 대답을 하고 불만은 최대한 말하지 않는 것이 예의있는 사람, 소위 '착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5년차 짧다면 짧은 직장 생활 동안, (할 말 못하면 홧병나는) 나 역시도 본심을 숨기고 '네'라고 대답한 적이 많았고, 가끔은 그것이 직장 생활을 하는데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는 '소심함'은 할 말을 과하게 못하는 사람들이다. 직장 생활을 하며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이러한 태도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많이 발견하였다. 이 때문에 의도치 않게 본인이 피해를 입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우선 첫번째 단점은, 의도치 않은 '불편함'이다. 소심한 사람들은 대게 본인의 의견을 명확하게  말하지 못한다. 그것이 어떤 의견에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닌,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일지라도  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에 본인이 싫어하거나 못먹는 음식이 있는데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그것을 점심시간에 먹게  경우, 주변 사람들은  안먹는 상대를 보고 물어볼 것이다. '00,  음식 못드시나봐요?'  그러면  사람은 그때서야 그것을 못먹는다고 말할 것이고, 같이 밥을 먹던 일행들은 의도치않게  먹는 음식을 먹게 만든 '나쁜' 사람들이 되버린다. 사실 점심 메뉴를 정할 , 특정 음식은  못먹는다고 먼저 말해주었다면   유쾌한 점심시간을 보낼  있었을 것이다.  한마디를 못하여서 아무도 의도치 않은 '불편함' 만들어져버린 것이다.  먹는 음식을 먹게  사람도 불편하고, 그렇게 만든 주변 사람도 불편해져버렸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주변 사람들 (소심한)  사람 눈치를 보거나, 점점 피하게  것이다.


두번째 단점은, 의사소통의 '비효율성'이다. 위 단락에서 소심한 사람들이 본인 의견을 잘 말하지 못한다고 하였는데, 사실 일을 하다보면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닌 업무 진행의 효율성을 위해 제때 제때 말해줘야하는 경우가 많다. 피드백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담당자가 먼저 말해준다면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매우 편할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소심한 사람들의 경우 누군가 '물어봐줘야' 그제서야 '대답'을 한다. 사실 아주 편한 사이가 아닌, 직장 동료 사이에서 업무적으로 확인하고 질문하는 것 또한 에너지가 든다. 물론 소심한 사람은 본인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이 주제 넘는다고, 혹은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의 효율성과 성과이다. 설사 내가 나의 의견을 말해서 상대가 기분이 나빴을지라도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면 나를 원망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세번째 단점은, 의외로 눈치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만난 대다수의 소심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항상 머릿속이 복잡하다. '저 사람이 날 이상하게 보는건 아닐까?', '내가 괜히 이 질문을 해서 상대 기분을 상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등등 온갖 잡생각들로 머리가 차있다. 그래서 정작, 전체적인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던가, 상대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나의 감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불편한 생각에 몰입하느라 전체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 못한다거나 상대의 배려를 못보는 것이다. 상대가 소심한 사람을 생각하여 (상사에게까지 넘어가지 않도록) 한번 더 체크할 것을 요청하거나 확인을 하면, 소심한 사람은 '내가 일을 못해서 그런가?', '나를 싫어하는건가?' 따위의 생각을 하며 상대의 진심은 놓치는 것이다. 이러한 잡생각들로 머리가 가득차 무언가를 놓치거나 사소한 실수를 하는 모습도 왕왕 보았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사실 직장은 돈을 벌러 오는 곳이고, 같은 직장인이라면 내 업무를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싶은 마음이 제일 강할 것이다. 직장은 학교가 아니고, 다같은 성인이다. 누가 나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지도 않고, 대신 알아주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싶은 마음에 나의 할말을 제때 하지 못하는 것은 나의 '몫'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고, 결국엔 나와 상대와 그리고 조직 전체에도 의도치 않은 '불편함'을 만든다. 정당하게 나의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듯, 할 말을 제때 못하는 소심한 사람은 절대 착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정말로 심보가 못된 사람들에게 간파 당하여 '호구'잡힐 확률만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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