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추적검사
“자궁경부암검진 시기가 되었습니다. 편한 시간 때에 내원하여 검진 받으시기 바랍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D”
약 삼 개월 후, 알람시계처럼 병원에서 추적검사를 알리는 문자가 왔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달라진 일상에 나는 잘 적응하고 있었다. 간간이 안부를 물어보는 친구들에게 삼십대가 되니 외로울 틈이 없다고, 자궁경부이성형증이라는 인생의 동반자가 나타났다며 농담을 하는 여유도 생겼다.
또한, 내 자궁이 마음을 한 번 휩쓸고 가면서 진지하게 육체적 혼기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최근 평균 결혼연령이 많이 늦춰 졌지만, 나는 서른이 되면서부터 스스로 결혼정년기에 딱 들어섰다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 결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생에서 결혼과 출산, 양육을 꼭 경험하고 싶었던만큼 자궁의 건강은 필수였다. 혹시나 결혼했는데 내 자궁이 건강하지 못해서 '리틀 예슬이'를 만날 기회와 가능성이 낮아지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다.
아울러 꼭 결혼과 출산을 원인과 결과로 가져가야 하는지, 결혼하지 않아도 출산과 양육을 하면서 지내는 건 어떨까 상상해보게 되었다. 이 생각을 들으면 엄마가 등짝 한 대를 때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꽤 진지했다. 물론 매우 교과서적으로 육체적인 혼기를 건강하게 관리해서 결혼이 늦어지더라도 출산과 양육에 별 무리가 없도록 더 안녕한 상태로 잘 살자고 결론지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다양한 삶의 형태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래에 내가 남편, 아내, 자식으로 이뤄진 가족을 구성하지 않더라도 행복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다시 오랜만에 병원으로 향했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간 시간 속에서 사 개월 전 첫 검사를 할 때부터, 인유두종바이러스검사, 조직검사, 그리고 병을 진단받던 날까지 약 다섯 차례 오고 갔던 길을 걸으며 내 자궁은 지금 정상과 자궁이성형증 사이 어디쯤 더 가깝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까 생각했다.
정기검진은 자궁경부세포검사부터 시작된다. 검사를 해보고 이상 소견이 있으면 다시 차근차근 사 개월전 밟았던 단계를 반복한다. 그리고 다시 삼 개월 뒤 추적검사를 받는다. 정상결과가 나오면 추적검사가 육 개월, 일 년 단위로 미뤄진다.
잘 지내느냐는 선생님의 안부인사에 웃으며 노력했다고 대답했다. 불안한 마음과 함께 내심 괜찮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다. 그동안 식이요법도 하고 운동도 하며 자궁이랑 고군분투를 하기는 했으니까 조금은 희망을 품어도 되지 않을까?
검사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생활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수업 준비도 하고, 책도 읽고, 공모전도 준비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한강에서 유람선도 탔다. 그러다 문득 추적검사를 받은 사실이 생각나면 이상병변은 내 자궁 세포를 잘 떠나갔을까 잠시 궁금해하다 다른 할 일에 몰두했다. 며칠 뒤 이런 연락이 왔다.
“자궁경부암검진 결과 정상 나왔습니다. 6개월 후 자궁경부암 정기 검진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D”
삼 개월 주기였던 정기검진이 육 개월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