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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탄 Dec 20. 2017

어제의 나에게..

"서른의 꼬마 아저씨에게"

안녕, 

  너 참 열심히 살고 있더라. 고생하고 있어!! 대견 해!! 근데 어제 네 통장 보니까 좀 그렇더라.. 먹고 싶은 거 좀 먹고 갖고 싶은 것 좀 갖고 사는 모습만 볼 수 있기를 바랐는데, 힘들지?? 지금 좀 고생하면 꼭 좋고 멋진 날이 올 거야!! 그러니까 힘내자고!! 그래도 힘들지만 꿈을 가지고 하루하루 사는 모습에 간혹 눈물이 나기도 하더라고.

  아, 다름이 아니라 매일 생각하고 말하고 하다가 오늘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건, 이제 안녕, 할 때가 온 것 같아서야. 우리가 처음 서로를 알게 되고 함께 달려온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흘렀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고 또 신나기도 해. 같이 꿈꾸면서, 같이 하나하나 해결하고 하나하나 이뤄가면서 오늘의 우리가 되었으니까 말이야. 아 왜 안녕, 하려고 먼저 이야기를 해 주어이겠구나!

  네가 요즘에 너무 바빠지면서 우리가 진지하게 나누던 이야기들, 함께 그리던 꿈에 대한 이야기들, 뭐 예를 들어서 잔디가 있는 집에서 배추나 깻잎 키우면서 사랑하는 사람이랑 알콩이 달콩이 한다던가, 우리가 라면 하나는 기똥차게 잘 끓이니까 음식점을 해 볼까 한다던가, 공부를 조금 더 해서 꿈꾸던 일자리를 얻는 다던가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서부터 언젠가 이룰 꿈같은 이야기들까지 말이야.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예전에 밤을 새워가면서 우리가 만든 로봇을 타고 우주여행을 하고, 큰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죽여주는 영화배우가 되자는 이야기도 했었거든.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너를 통해 멋지게 흘러가는 세상을 바라보고, 너와 함께 떠날 우주여행과 우리가 이룰 가정과 사랑을 기대하면서 살아왔었지.

  그러다가 우리가 서른이 되어 가면서 부쩍 대화가 없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 예전에는 눈을 감으면 어김없이 펼쳐지던 우리의 대화가 이제는 지하철 소리와 북적이는 사람들의 소리로, 클랙슨 소리와 쉴 틈 없이 들리는 뉴스와 세상의 소리로 가득 차게 된 것 같아. 내가 네 곁에 있을 자리고 틈도 없어진 것 같아. 아, 내 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이 이제 안녕을 하려는 이유는 아니야. 절대로 그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다만 하나 둘 치여서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 이야기할 때를 기다리던 나를 보던 네 눈빛 때문이야. 네 눈빛이 슬펐기 때문이야. 차라리 원망하고 무서운 눈초리였다면 내 마음이 조금은 편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넌 나를 보며 슬픈 눈동자를 비추었어. 너는 발을 멈추지도 못한 체 앞으로 앞으로 떠밀려가며 끝까지 나를 보았고, 그 시선에는 포기하기 싫은데, 아니 실현할 수 없다 하더라고 꿈꾸고 상상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데 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어. 우리가 오늘에 까지 함께 했으니 내가 본 것이 맞을 거야. 

  그래서 이제는 안녕을 고하려고 해. 그렇지?? ‘현실’이라는 게 참 야속한 거지?? 돌아볼 곳이 없어지면 앞으로만 나아갈 수 있는 거지??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과 꿈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주섬주섬 정리해 보려고 해. 이제는 새 꿈을 꾸고 이제는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멋지게 살아내기를 응원할게! 대신에 매일 아침에 거울 한 번 꼭 보고 나가! 꼴이 그게 뭐니 꿈 없이 휩쓸려가는 사람처럼 말이야. 

아, 안녕이라는 게 bye-bye 가 아니야! 이제는 우리 삶 속에서 꿈꾸자고 하는 인사야! 예전에 침대 머리맡에서 인사했던 안녕 꼬마? 했던 것처럼 한 번 더 안녕? 꼬마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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