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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 Apr 25. 2019

새벽 색

젊음의 궁상


‘새벽 색’이라는 말을 만들었어.
새벽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은 색에 있는 것 같아서.

계절과 상관없이 새벽만이 갖고 있는 시리게 푸른 파란색.
그 시간의 공기가 품고 있는 특유의 청량감과 적막함.
나와 참 닮아있다 생각했어.

밤을 새워 그림을 완성한 뒤 의자에 앉은 채
발이 닿아있는 벽을 툭 치고는 뒤로 밀려난 의자에 깊게 기대.

그림을 멍하니 바라보다 안개가 낀 것 같은 졸린 눈을 창문으로 옮기면
새벽 색이 나를 감싸.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두 발에 쏠려있던 피가 아직 채 머리로 옮겨지지
못함에 오는 현기증과 함께 담배에 불을 붙이며 나는 연기 사이로 보이는
그 색을 감상해.

그 파란빛에 아침해의 노란 기운이 섞이는 순간 이미 새벽 색은 사라진 것이어서
나는 조금 더 그 파란색을 놓치지 않기 위해 찰나의 시간에 집중해.

어느덧 버스의 엔진 소리와 옆집 사람들의 불 켜는 소리,
헤어드라이기 소리가 들리며 거짓말처럼 파란색이 모두 사라졌을 때
나는 내일 새벽에도 새벽 같은 그림을 그려야지 다짐하며 잠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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