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와 조,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
영화 ‘her’를 재밌게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때까지 호아킨 피닉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her 속 그의 모습은 동네 어딘가 살 것만 같은 캐릭터에다가 배우보다 스토리에 더 집중하게 됐기 때문이다.
뻔하게도 영화 조커를 보고 나서는 호아킨 피닉스의 출연작, 그의 일생 등 다양한 정보를 찾아가며 그를 파헤치며 그의 팬이 되었다. 조커 또한 her처럼 스토리가 인상 깊었지만, 그 스토리는 호아킨 피닉스라는 배우가 없었으면 절대 완성됐을 리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였다.
그러다 발견한 영화, ‘너는 여기에 없었다(You were never really here)’.
드니 빌뇌브, 쿠엔틴 타란티노 등 좋아하는 감독이 생기고 나서부터 영화를 볼 때 배우뿐만 아니라 감독을 중요시 보게 되었다.
린 램지라는 감독은 그전에 케빈에 대하여라는 영화를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꼭 봐야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호아킨 피닉스와 린 램지라니. 이 조합만으로 왠지 인간의 깊디깊은 내면을 마구 쑤실 것만 같은 영화였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아무래도 조커 속 호아킨 피닉스가 아직 강렬하게 남아있는 터라, 이 영화를 보면서도 조커 호아킨과 은근슬쩍 겹치는 부분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개봉은 이 영화가 먼저 했기 때문에 오히려 조커를 보며 이 영화 속 호아킨이 겹쳤어야 하는데 말이다) 엄마와의 관계라든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든가, 그리고 그 또한 트라우마 속에 갇혀 매번 끔찍한 상상을 하는, 심지어 그것을 현실화시키려 하는 조(영화 속 호아킨)를 보며 조커가 떠올려질 수밖에 없었다.
조커 속 아서와 이 영화 속 조는 매우 비슷하다. 차이점이라고 하면, 조는 사람 죽이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힘이 아서보다 좀 더 세다는 점. 웃긴 상상이지만 아서와 조가 힘을 합치면 타노스 저리 가라 할 역대급 빌런 듀오가 될 수 있을 텐데. 여하튼 캐릭터를 면밀히 비교 분석하며 정답 없는 토론을 하고 싶어질 정도이다.
깊은 감정의 연기를 토해낸 주인공을 보고 나면 괜한 오지랖으로 인한 걱정으로, 저 배우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을 위로라도 해주려는 듯 일부러 그 배우가 시사회에서 멀쩡한 모습으로 인터뷰한 영상들을 찾아보곤 한다. 호아킨은 실제로 굴곡진 일생을 살아온 만큼, 그가 공식석상에서 웃는 모습을 보기라도 하면 쓸데없이 안김이 되기도 한다.
최근 오스카 남우주연상 시상을 통해 멋진 수상소감을 남긴 호아킨 피닉스. 오스카 상이 시사하는 바가 크기도 하지만 개인으로 하여금 쓸데없는 걱정을 시킬 만큼 대단한 연기를 보여준 그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리워드이기도 할 테다.
조커와 너는 여기에 없었다가 너무나도 강렬해서, 다시 her처럼 부드러운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 바람 또한 그의 완벽한 연기력에 대한 반증일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