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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aopal Feb 09. 2020

[책]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

똑똑한 척하는 야만인들이 만들어낸 사회에서 잘 살아남는 법

 이 책은 유난히 읽기 힘들었다. 


 ‘자기 신뢰’의 에머슨에게 영향을 받은 소로우는 월든 호수에서 약 2년 동안 자급자족하며 자본주의와 똑똑한 척하는 야만인들이 만들어낸 문명사회를 비판한다. 


 대개 일을 마치고 자기 전 책을 읽는 내가, 그런 소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것이 너무나도 모순적이라고 느껴졌다. 나야말로 똑똑한 척 하지만 그마저도 덜떨어진 야만인과 다름없게 느껴졌다. 


 얼마 전 2013년에 개봉한 프랑스 영화인 '마담 프루스트의 정원'을 봤다. 마담 프루스트를 보는 내내 그녀가 부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좋아하는 작은 정원을 집에 두고 히피 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러나 이내 내가 가진 부러움은 곧 내가 절대 저렇게 살 수 없다는 내재된 생각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고서, 쉬운 말로 돈을 벌기 위한 궁리를 감성과 이성이 섞인 혼잡한 머리 굴리기를 종일 한 후에 갈증을 느껴 의무적으로 든 책 속에서 내가 종일 빠져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단어와 문장을 봐야만 했다. 다른 책을 읽을 때에는 쉽게 이입하여 술술 읽어나갔는데, 유독 월든 만이 그러했다. 


 책을 읽는 와중에 딴생각이 들 때도 많았다. 내가 파일을 잘 저장한게 맞지, 혹시나 빠뜨린 건 없지. 책 속에서는 잔물결이 치는 호수와 다른 생물들의 마음을 가라앉혀주기 위해 노래하는 어떤 생물도 나온다. 자본 구조를 만들어 그 안에서 허덕이는 이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잠시나마 이입해 상상하지만 이내 호수의 잔물결은 요동치고 주변은 시끄러워졌다. 


 그 모순적인 간극을 느끼며 그래도 꾸역꾸역 읽어나갔다. 책을 다 읽었을 때쯤이야 소로우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진심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자본사회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니만큼, 그것을 비판하며 소로우처럼 한적한 호숫가에 가 사는 것만이 유일한 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태도로 그 안에서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 소로우는 끊임없이 그런 질문을 던진다. 


 매년 새해를 시작하는 이맘때쯤, 계속해서 읽고 싶은 책이다. 아니 매년 계속 읽어야, 내가 잘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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