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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c Jun 01. 2021

걱정 대신 사랑할 수는 없을까

나는 자녀도, 자녀 계획도 없지만 ‘금쪽같은 내 새끼’를 챙겨본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오은영 선생님을 볼 때 드는 안정감이 좋고, 무엇보다 부모의 어떤 말과 행동이 지금의 나와 남편을 만든 것일지 힌트를 얻을 수 있어서 매주 보고 있다.


그 전에는 '개를 훌륭하다'를 즐겨 봤는데, 오은영 선생님과 강형욱 선생님은 공통점이 아주 많다. 그중 하나는 단연 그들의 '문제 아이'와 '문제견'을 보는 눈이다.

오선생님과 강선생님은 보호자에게 자주 질문한다. "얘가 공격적인 아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니니까 질문하시는 줄은 알지만, 엄마에게 침 뱉고 욕하고 동생을 짓밟는 아이나, 주인을 피 흘릴 정도로 무는 개를 어떻게 달리 생각하시는지 선생님께 되묻고 싶어지는 질문이다.


오&강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한다: "제 눈에는 너무 귀여워요." 선생님들 눈에는 안 귀여운 애나 개는 없나보다.


선생님들의 말이 비로소 부모와 시청자에게 납득이 가는 시간이 있는데, 그것은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인 아이의 속마음을 듣는 시간이다. (물론 개의 속마음은 "강아지 중 제일 사람 같다는 '강아지 강 씨' 강형욱 선생님"을 통해 듣는다.)


이 시간에 아이가 털어놓는 말은 언제나 의외라서 우리는 모두 놀란다. 각기 다른 문제로 나오는 아이들이지만 금쪽이 들의 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1) 자신의 마음을 본인이 잘 알고 표현한다는 점 (2) 그러나 부모님은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것 같다고 얘기하는 점 (3) 자신의 문제가 부모님을 힘들게 하는 걸 알지만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점, 그리고 (3) 그 모든 것을 떠나 부모를 사랑한다는 점이다.


부모들은 이제 자신들 만큼이나 속상했던 아이의 속마음을 듣고 눈물을 삼키며 변화를 다짐한다. 부모에게 감정 이입하던 나도 아이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이제 부모들은 오선생님이 제시할 솔루션을 들을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개는 훌륭하다'와 마찬가지로, 그 솔루션은 '문제 아이'가 아닌 보호자에게 적용된다.


이 솔루션도 매회 비슷하고 심지어 개는 훌륭하다와도 유사점이 많다. 대부분 이 범주 안에 있다.

(1) 무엇이 허용되고 허용되지 않는지 경계를 가르치기

(2) 많은 말과 행동으로 아이를 도발하는 대신 짧고 단호하게 얘기하고, 흥분했을 때는 기다려주기

(3) 운동이나 놀이를 통해 집중력, 절제, 그리고 규칙을 따르는 것을 훈련시키기

(4) 아이의 감정을 언어화해주며 감정을 교육시키기

(5) 서로 깊은 속마음을 말과 스킨십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갖고 애정의 분량을 채워주기


이렇게 가르치고 충분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은 출연자들도 알았을 텐데, 왜 솔루션 이전에는 그것이 불가능했던 걸까.


그 답은 다시 저 '눈'에 있는 듯하다. 선생님은 가졌으나 출연한 부모와 나는 없었던 그 눈.

"얘는 왜 말을 안 들을까, 욕할까, 때릴까, 느릴까, 반항할까" 와 같은 수많은 "얘는 왜 이럴까"의 조바심과 걱정의 눈이 아니라 "이렇게 귀여운 애가 이렇게 까지 하는 데는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아이를 살피게 만드는 눈 말이다. "얘는 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지", 가 아닌, "얘가 왜 이렇게 힘들어하지"라고 생각하며 내 말과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그 오염되지 않은 사랑의 눈.


사실은 애나 개나 어른이나, 우리는 모두 나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수용해주는 이 따뜻한 눈을 서로에게 기대하고 있지 않는가. 친구 관계, 배우자 사이, 심지어 회사 안에서도 말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고 행동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데, 그 말과 행동 기저에 있는 내 마음을 좀 헤아려 달라고. 걱정에 앞서 사랑과 이해를 해달라고.


동일한 눈을 가진 또 다른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는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 은 접어두고, 온 체중을 실어 공감하고 지금 상대방의 마음이 어떤지를 물으라고 말한다.


나는  눈을 누구에게 적용해야 하는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가족과 팀원들이 떠오른다. - 이건 도전이다. 숨은 의도도 없고 순진무구한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적용하겠는데 어른들에게 적용하자니  믿어주고 헤아려주는 내가 너무 순진한 바보가 되는 건가 싶다.


하지만 그 시선을 느낀 상대방의 마음이 동해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르잖아, 라고 그냥 순진하게 생각해본다. (그런데 터지는 내 속은 누가 알아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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