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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빅키 Jul 11. 2021

숫자로 보는 공유 전동킥보드의 진실

진짜 헬멧 쓰면 다 되는 거 맞아?

최근 각종 언론에서 공유 전동 킥보드 헬멧 착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시끄럽다.

헬멧 착용으로 국민들의 이동 편의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적절한지 숫자를 통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비서관이 운전하는 제네시스 G90 뒷자리에 앉아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아저씨들은 여름에 겨터파크 안 터지는 이 편리함을 잘 모르는 거 같아서 말이야!"

헬멧 미착용 지적에 대해 과잉 법률이라는 소신발언 뱉으신 분.. 저는 정치 1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1. 따릉이와 공유 전동 킥보드의 사고비율


서울시가 공식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따릉이의 사고율은 0.0028%이다.

이를 사진 속 숫자에 대입하면 1년에 17.3건, 1개월에 전체 서울시에서 1.4건의 사고가 생기는 수준이다. 0.0028%로 연봉이 오른다고 생각해보자.. 정말 말도 안 나오는 수치다.


그럼, 공유 전동 킥보드의 사고율은 어떻게 될까?

여러 기업에서 발표한 자료를 종합하면 0.0023~0.0026%이다.


그렇다. 현실은 따릉이나 공유 전동 킥보드나 사고율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대체 왜 우리는 공유 전동 킥보드의 사고율이 높은 걸로 알고 있을까? 왜 자전거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빅키는 아래의 이유로 생각이 된다.


1. 언론사에서 보도한 사고 통계는 "공유"가 아닌 전동 킥보드 전체 사고 통계자료이다.

그게 왜 문제가 되냐고? 숫자에는 허점이 많다. "사고율이 늘고 있다."라는 발표에서 전동 킥보드와 사용자 숫자가 늘어난 데이터는 교묘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킥보드 탑승 10회 중에서 3건의 사고가 발생하면 30%, 100회 중에서 3건의 사고가 발생하면 3%이다. 이 부분을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기사는 계속 양산되었다. 국내 공유 전동 킥보드는 30만 대에 가깝다. 통계의 모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커졌는데 사고 건수의 증가치에만 집중한 뉴스 기사가 빠르게 인식을 악화시켰다.


그리고 예전에 고속도로에서 전동 킥보드로 시속 80km 가까이 달리는 사람이 보도된 적이 있다.

저...저기요...이건 좀..으느즈느..공유랑 묶지 말라그..

개인용 전동 킥보드는 위 사진과 같이 불법튜닝을 통해서 시속 100km 이상의 속력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모든 개인 전동 킥보드 보유자들이 불법 튜닝을 했다는 건 아니지만 통계자료에는 이런 비상식적인 주행 사고 건을 모두 포함했다. 국내 공유 전동 킥보드 기업은 법적으로 시속 25km 제한이 있다. 그렇기에 따릉이와 비슷한 사고율을 보이는 것이다.


2. 아니 그래도! 최고속도 25km? 그거 너무 빠른 거 아니오?


모 언론사에서 직접 822대의 자전거 주행 속도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의 25.7%는 22.6km로, 전체의 40.9%는 16.3km로 주행한다고 밝혔다. 즉 전체의 63.5%가 16.3~22.6km로 주행한다는 것이다. 공유 전동 킥보드의 최대 속도와 적게는 2.4km에서 많게는 8.7km 정도의 속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8.7km라면 러닝머신 위에서 조금 열심히 달리는 정도의 속도가 더해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늘 최대속도로 다니는 것이 아니다. 개활지에서는 빠른 속도로 쾌적하게, 그렇지 않은 상황에는 걷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속도로 주행한 경험은 공유 전동 킥보드를 사용해봤다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논리라면 국내에서 주행하는 차량은 모두 최대속도 100km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잖아.. 이 논리.. 시속 200km 적혀있다고 다들 그렇게 다니는 거 아니즈느..왜그래..S대 졸업한 사람들이

3. 익숙하지가 않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말도 잘 쏘고, 활도 잘 쏘고, 밥도 잘 쏘는.. 응? 오죽하면 배달의민족이라는 서비스가 있겠는가.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유수의 배달 플랫폼도 관심 있게 생각하는 찐 배달의민족이다! 아래 사진의 풍경이 많이 어색한가? 불편하지만 매우 익숙한 풍경이다. 우리는 늘 인도 위에서 보행자가 아닌 다른 이동수단과 함께 걸어왔다. 물론~~~ 이게 옳다는 건 아니지! 그렇지만 우리가 과대 인식하고 있는 이유에는 낯섬이라는 감정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2.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


1.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가 달릴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1) 서울시 자전거 전용도로 현황 (2) 서울시 차량속도 보고서 (3) 경기도 거리별 승용차 이용비율

1-1. 서울시에는 총 1,259km의 자전거 도로가 있다. 그렇지만 이게 자전거 "전용"도로가 아니다. 자전거만 통행 가능한 도로는 고작 257km 밖에 없다. 인프라 부족은 보행자도 자전거 이용자도 모두가 불편하다. 걸어 다닐 때 푹신푹신하다고 자전거 길로 걷다가 뒤에서 울리는 차임벨 소리에 화들짝 놀란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자전거 이용자도 반대로 불편하다. "보도는 보행자를 위해 남겨두고 자전거 전용도로가 필요한 이유이다."


1-2. 서울 시내에서 차량은 평균 시속 23km 수준으로 주행한다. 퇴근하고 강남역에서 신사역으로 버스로 가면 30분 걸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도로를 가장 많이 차지하는 건 자동차다. 자동차의 평균 탑승인원은 2인이 안 되는 수치를 나타낸다. 즉, 1명이 이동하기 위해서 그 넓은 도로를 사용하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더 많은 시민이 쾌적하게 이동하기 위해서 자전거 전용도로가 필요한 이유이다."


2. 코시국에 남이 쓰던 헬멧? 느나 쓰라그..요..즈블..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자랑스러운 포..님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모두가 돌아가며 체액이 묻은 헬멧을 착용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 안전하게 안착할 수 있는 환경과 그에 걸맞은 교육 체계를 잡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성인을 포함 학생들에게도 전동 킥보드 안전 수칙을 교육하고, 면허와 교육 인증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경찰과 지자체, 관계부처는 안전한 이동문화 조성을 위한 캠페인에 힘써야 할 것이며, 서비스를 운영하는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면허 인증을 의도적으로 허술하게 하는 등의 꼼수를 멈추고 모두가 이동하고 싶을 때,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 자율권을 구축하는데 가장 힘써야 한다.


전동 킥보드는 해외에서 2016~2017년쯤 시작되었고, 국내에서는 킥고잉이라는 브랜드가 2018년에 최초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영국에서 최초의 자동차를 발명했을 때, 마차협회의 반대로 마차보다 느린 시속 3km로 차량 속도를 제한하는 붉은 깃발 법(Red flag act)이 통과되었고 그렇게 영국은 자동차를 처음 만들고도 독일이 자동차 강국이 되는 걸 피시 앤 칩스를 먹으면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해외 기업들은 한국인의 높은 의식 수준으로 공유 전동 킥보드가 파손되거나 분실되는 사례가 적은 것에 굉장히 감탄하고 한국의 모빌리티 시장 성장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다. 새로운 이동수단이 우리 사회 속에서 발아하였다.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선방한 대한민국의 경제 부흥에 있어서 미래 모빌리티 시장은 다시 한번 큰 힘이 될 수 있는 요소라는 걸 우리 모두 잊으면 안 된다.


돈이 없는 사람은 이동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더 많은 육체적 어려움이 따른다. 잘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도로 체계가 왜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지, 당신이 버는 돈에서 자동차를 운용하기 위해서 얼마큼의 비용이 할애되는지. 이동은 우리 모두가 편하고 저렴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이제 곧 월요일이네.. 젠장 출근 준비하러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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