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산업이 라스트 마일까지 탐내는 이유
최근 쿠팡의 NYSE 상장 준비로 연일 국내는 물론 해외에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 덕에 카카오와 네이버, 이마트의 주가까지 덩달아 오르는 효과를 가져오는 중에 발표된 쿠팡이츠와 킥고잉의 공동사업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음식 배달의 승부는 마지막 1.6km에 달렸으니까!
최근 쿠팡이츠가 음식 배달 시장에서 맹렬한 기세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들의 대외적인 전략은 심플하다.
첫째, 배달원 위치 실시간 제공
5G도 답답하게 느끼는 배달의민족이 사는 이 땅에서 내가 시킨 음식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건 런칭 당시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지금은 타사에서도 도입했지만, 말하기 전에는 불편한지 몰랐던 점을 쿠팡이츠가 쿡 찔러주면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둘째, 저렴한 배달 팁 프로모션
이건 뭐..갓팡이니까 더 설명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자금을 풀었으니까. 공짜여서 쓰다 보니까 쿠팡을 이탈하기 싫은 뭐 그런 거.
셋째, 높은 배달 파트너 수수료
음식 배달 비즈니스는 빠른 속도가 생명이다. 이 속도를 위해서는 물류, 즉 배달원의 공급과 품질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쿠팡이츠는 타 플랫폼에서 근무하는 배달원들을 유혹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고비용 페이를 전략으로 삼았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수수료를 지급할지는 모르겠지만..
정직원이 아닌 배달 파트너들은 결국 수입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쿠팡이츠 등장 전 Big 3의 안정적인(?) 경쟁으로 배달 수수료의 평균적인 가격대가 형성되었는데, 이 잔잔한 연못에 쿠팡은 돌을 던지며 등장한 것이다. 물론 빠른 속도로 배달 파트너의 유입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빠른 배달 속도 >>> 고객만족 >>> 고객 탈환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쿠팡이츠의 배달을 수행하는 파트너들의 이동 수단은 크게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또는 도보 정도로 분류된다. 상식적으로 평일 점심시간 자동차로 강남역 인근 쿠차라에서 타코를 싣고 청담동으로 배달을 간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내가 주문한 타코는 이미 사워소스와 토마토 육즙을 한껏 흡수해서 이것이 타코인지, 락앤락에 담아온 김치전인지 모를 식감이 되어 도착할 거 같다. 더군다나 자동차로 30분을 달려서 음식 배달하다가 주차 과태료라도 나오면? 기름값은? 그러니까 자동차는 잠시 접어두겠다.
오토바이 파트너,
우리가 아는 가장 익숙한 형태의 배달 방식이다. 오토바이 배달 방식의 장점은 빠른 기동력이다. 기동력이라 함은 단순한 엔진 출력과 속도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주차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웬만한 골목길은 어려움 없이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을 배달하기에 부족함 없는 수납공간까지! 풍문이지만 혼다코리아는 코로나19 뒤로 매출이 급격하게 늘었다는 카더라..도 있다.
자전거 파트너,
최근 도심에서 보이는 빈도가 높아지는 쿠팡이츠의 단거리 배달 파트너이다. 자전거를 배달에 활용할 거라면, 쿠팡이츠에 파트너 등록 단계부터 미리 등록해야 한다. 오토바이보다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플랫폼 입장에서는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느린 문제는 단거리 배달 중심으로 운영하면 되는 문제니까! 오토바이 배달원과 달리 취미or건강관리 정도의 목적으로 가볍게 접근하는 파트너도 많은 것으로 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수행하는 유저도 서로 Win-Win의 구조로 많은 사랑을 받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자전거를 보유하거나 꾸준히 타고 다니는 지인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렇다, 안정적인 배달 물류 공급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자전거 소유"라는 허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도보 파트너,
쿠팡 입장에서 가장 획득하기 쉬운 그룹이지 않을까 싶다. 별도의 보험 등록이나 귀찮은 서류 과정이 필요 없다. 그냥 등록 후 안전교육 동영상을 시청하면 언제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쿠팡 이츠에서 보내주는 Call을 받고, 배달을 수행하면 된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파트너보다 활동반경이 좁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을 커버할 수 있다면 쿠팡이츠가 가장 잘 활용하고 싶은 그룹이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테헤란로에는 최근 퇴근 후 쿠팡이츠 백팩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주위에 쿠팡이츠를 하는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퇴근하고 운동 겸 2~3건 수행하고 그 돈으로 치킨 사 먹을 때의 쾌감이 엄청나다고 한다.
오토바이 파트너는 전업으로 수행하는 분들이 많다. 또한 파트너를 수행하기 위해서 초기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 (오토바이 구매or렌탈비 + 유류비 + 세금 + 엔진오일 등 경정비 비용) 자전거 파트너도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요즘 적당한 수준의 자전거를 구매하려면 적어도 40~50만원 수준의 지불은 각오해야 한다. 헬멧도 구매해야 하고. 일단 퇴근하고 자전거 파트너 수행하려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회사와 집이 가깝지 않다면 여전히 자전거를 "구매"하고, "운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내가 쿠팡이츠의 전략팀이라면 이런 생각을 할 거 같다. 도보 파트너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취미로 소량의 배달을 수행하는 경향이 강한 거 같은데..이분들이 이동수단을 구매하지 않으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고, 더 먼 거리까지 배달하니까 수수료도 많이 받으시면 좋지 않을까? 그걸 누구랑 할 수 있는 거지...? 아 맞다!! 공유 전동킥보드 킥고잉!!!
그렇다, 아마 쿠팡이츠의 고민을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지 않을까 싶다.
쿠팡이츠는 교통수단을 보유하지 않은 도보파트너에게 교통수단을 구매하거나 소유하는 부담을 줄여줄 파트너가 필요하고, 이를 킥고잉이 제공해주는 역할로서 두 기업이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킥고잉의 물류 인프라(킥보드)를 통해서 쿠팡이츠는 더 넓은 권역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보유한 파트너의 전체적인 이동 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그 최종 효과는 쿠팡이츠의 고객들의 만족으로 이어질테고. 앞으로도 두 기업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이제 다 썼으니까 나도 엽떡이나 시켜먹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