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로드킬]
그날 이후 A는 바닥을 자주 봤다.
걸을 때도, 서 있을 때도, 엘리베이터 앞에 줄을 설 때도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떨어졌다. 무언가를 찾고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아무것도 없다는 걸 먼저 확인해야 했다. 그 짧은 확인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매번 필요했다. 회사로 가는 길에서도 그랬다. 인도 위에 놓인 검은 비닐봉지 하나에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 한쪽이 눌린 종이컵을 쪼아 먹는 비둘기 눈빛 하나에도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 그건 고양이가 아니었고, 고양이일 리도 없었지만 A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차가 빠르게 지나갈 때면, 이미 한 번 치인 기분이 들기도 했다.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지만 몸이 먼저 반응했다. 어느 아침, 습관적으로 운동화를 신고 현관에 섰다가 그대로 주저앉기도 했다. 길 위에 다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고 그 가능성만으로도 문을 열지 못했다. A는 한참을 주저하다가 결국 운동화를 벗어버렸다. 그날 이후 달리기를 끊었다. 대신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불이 다 켜지기 전 사무실은 조용했다. 컴퓨터 부팅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조용함은 A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오전 회의가 시작되기 전 팀장은 한 번쯤 A를 바라보곤 했다. 시계를 보는 것도, 말을 거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제 때 왔는지 확인하는 시선이라는 걸 A는 알 수 있었다.
“에이, 팀장님. A 요즘 제일 일찍 다녀요.”
대리가 웃으며 말했다. 팀장은 다른 쪽을 보며 헛기침을 했다. 회의는 그대로 시작됐다.
예전 같으면 넘어갔을 제휴 제안 메일이 돌아왔다.
“이 표현은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는데.”
A는 고쳐서 다시 보냈다.
또 돌아왔다.
“좀 더 부드럽게.”
그 ‘좀 더’가 어디까지인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A는 단어를 바꾸고 문장 끝을 흐렸다. 몇 번의 수정 끝에 메일을 최종 발송했을 때, 팀장이 말했다.
“A는 워낙 업무 파악이 빠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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