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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기리니 Jun 02. 2023

-엄마로서 힘든 이들에게

현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아침 아이들 등원 준비로 한창일 때, 메시지가 와 있었다.


'나 너무 힘들어. 눈물만 나.'


친한 친구 A로부터 온 것이었다. A는 어린아이 둘을 키우고 있으며, 전업주부다. 얼마 전부터 아이 둘이 번갈아 가며 아팠고, A는 졸지에 한 달 넘게 가정보육을 하고 있다.



아픈 어린아이를 가정보육 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아픈 아이들을 돌볼 땐, 개인의 일은 차치하고서라도 기본적인 가정의 일(설거지, 청소, 밥 하기 등등)도 어떨 때는 제대로 되지 않는다. 체력과 정신은 탈탈 털리는데... 이렇다 할 결과물은 없다. 난 계속 소모되는 느낌이지만 모든 것은 그냥 일상처럼 흘러간다. 잠시 숨 좀 돌리고자 게으름 좀 피우는 날은 개수대에 설거지가 쌓이고, 집안은 아이 옷, 어른 옷 할 것 없고 장난감, 책 등등 나뒹굴러 다니기 일 수다. 까딱하다간 쓰레기 더미 속에 내가 사는 것인지, 집 안에 쓰레기가 많아진 것인지 구분이 안 되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그걸 참고 볼 자신이 있어야 정신건강에라도 이로울 텐데 또 그런 성정은 못된다. 그런 집안꼴을 보고 있으면 하루종일 뭐 했니?라는 자괴감을 떨칠 수 없고 몸이 부서져도 꾸역꾸역 다 치워내야 속이 시원하다. 심지어 여기에 아이가 짜증을 내거나 울고 떼쓰기가 더해지면... 내 안의 원인을 알 수 없는 '화'가 폭발한다.


난 분명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눈에 보이는 현실은 이것이다.  

 

난 이 집에서 뭔가? 가사도우미인가? 아이의 짜증받이인가? 등등의 아무도 내게 하지 않은 말들을 혼자 새기며 분노는 극에 달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도 나를 찾고 싶다. 잠시만이라도 벗어나고 싶다. 이전의 나로 돌아가보고 싶다


 이건 내가 그동안 아이 둘을 키우며 느꼈던 생각들이다. 친구의 메시지 하나에 그간의 내 감정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런 생각들은 여전히 내 마음 한편 깊숙한 곳에  있다. 지금은 평온한 일상을 살아내고 있지만 아이들이 아프거나, 또다시 환경이 변화하면 언제든 열고 나와 나를 헤집어 놓는다. 




다만 내가 예전과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로 '현실인정'이다.


아는 것과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  아는 것은 머리로 하는 것이고 인정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머리로 '난 두 아이의 엄마다.'라고 아는 것과 마음으로 '난 두 아이의 엄마다.'라고 인정하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아는 것만으로는 여지를 남겨둔다. 회피할 있다면 회피하고 싶고 언제든 도망갈 여지를 남겨두는 같다.


내가 그랬다. 2년 안 되는 시간아이가 태어났.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난 이 사실을 아는 것뿐이고 내 상황과 현실을 인정하지 못했었다. 인정을 안 하니 틈만 나면 도망가고 싶었다. 어떻게든 바꿀 없는 상황을 바꾸고 싶었다.


예전처럼 다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과 내가 처해있는 현실 사이의 괴리 때문에 괴로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예전처럼 있을궁리했었다.

 



 나보다 먼저 결혼을 하고 출산한 친구 B가 있다.

1년 전, 그녀는 내가 이런 마음과 생각을 한다는 걸 알고 현실을 인정해야 된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사실 그 당시엔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고, 해가 바뀌어도 내가 생각하는 문제의 현실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그저 도돌이표처럼 같은 상황에 여전히 힘들어하는 나만 있을 뿐이었다. 이대로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현실을 직시하기로 했다. 도망갈 궁리가 아닌 정면에서 해결하고 싶었다. 계속되는 괴로움 속에 날 내버려 두지 않기로 했다. 내가 처해진 상황과 현실을 아는 것을 넘어 받아들이기로 했다. 


누구도 해결할 수없고, 나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하고 싶었다. 환경 탓, 시스템 탓, 남편 탓이 아닌.(이런 마음을 먹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그들의 탓도 조금 있어 보인다.)


상황과 현실 그리고 내가 꿈꾸는 이상 괴리를 좁혀보기로 했다.


그러려면 정확히 아는 게 선행되어야 했다. 내게 놓인 상황과 현실 그리고 나라는 사람 대해서. 뿐만 아니라 엄마라는 이름으로 부여되는 역할, 내가 생각하는 나 스스로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속에서 대안을 찾자 스스로 협의했다.


현실인정

난 3,4살 연년생의 엄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자주 아프다, 내가 막을 방법은 없다

평일은 남편 퇴근이 늦어 집안일, 아이보육을 혼자 해야 한다

주어진 모든 걸 다 감당할 수 없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자

나도 내 일을 하고 지만 당장 어렵다

경력단절 5년 차다

풀타임의 일은 아직 불가능하다



대안/방법

아이들 클 때까지는 자주 아플 거라는 마음으로  기다리기/아이들 영양제, 보양요리로 면역 챙기기

가정보육할 때 아이와 노는 법 터득하기/ 나이에 맞는 놀이법, 갈 곳 등등 알아보기

가정보육할 때는 집안이 거지꼴이 돼도 신경 쓰지 않기(마인드 컨트롤)

아이 둘을 케어, 집안일을 하다 보면 번아웃이 온다/짜증이 난다→체력 기르기(운동)

번아웃 오지 않게 스트레스 관리하기(산책, 카페 가기, 청소, 정리, 계획 세우기, 독서)

오늘 내가 해야 할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적어보자

eg. 해야 하는 데 할 수 있는 것: 아이 케어하기, 놀아주기, 밥 하기.

       해야 하는 데 할 수 없는 것: 화장실청소, 쓰레기 버리기, 냉장고 정리 등등

경력단절을 대체할 만한 실력을 자기 계발(공부 혹은 자격증 등등)을 통해 대비

일을 시작했을 때 맡길 만한 사람, 돌보미선생님 등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의 기록은 내 상황과 내 성향에 맞춰 적은 지극히 주관적인 해결 대안책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대안을 세운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마다 처해있는 상황과 성향 그에 따른 문제 해결방법이 다 다르다. 또 모든 상황과 내 모든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삶을 살아도 예기치 않은  상황에 고꾸라지기도 하니까. 남 탓만 하지 않는다 했지만

사실 삶은 혼자 살 수 없고, 특히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많은 이들의 도움과 시스템이 보장되어야 하는 일이니까. 나 혼자 짊어지기엔 너무 무거운 짐이므로.


그 무엇보다

힘겨워도 우울해도 눈물이 나도

또 도망가고 싶어도 생각만 하고 실제론 엄마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어쩌면 책임감이 너무 강해서 힘들지도 모르는 당신은

이미 온몸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고 참 애쓰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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