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요즘 아이들은 참 바쁘다.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예비초등"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기나긴 레이스를 달려나갈 준비를 한다.
한글도 떼야 하고, 기본적인 연산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영어는 알파벳은 기본으로 알고 시작한다.
7살 기준에서 갖춰야 할 기본이 갖춰진 7살 아이들은, 8살 준비를 한다. 8살 공부를 마치면 그다음은 9살,
10살 그렇게 계속 끝없는 준비와 학습의 레이스를 달려가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참 똑똑하다.
알아서 크겠지 하고 내버려뒀던 우리 부모세대의 육아와는 다르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의 연령별 과제를
파악하고 그 과제를 해낼 수 있도록 여러가지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개인 휴대폰을 갖기 시작해 미디어를 일찍부터 접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배경지식들이 풍부하다. 초등학교 6학년의
입에서 주식 이야기가 나오고, '건물을 매입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좀 지쳐 있다.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생기 있는 눈빛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리고 의욕이 많이 떨어져 있다. 질문을 잘 하지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필요 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묻는 말에는 단답이다.
말을 더 잘 하기 위해 생각하는데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듯 보인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자기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질문에 대답도 잘 안 하고,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스피치 학원을 찾아가 해결해달라고 한다.
스피치 학원에서는 기술을 가르쳐 준다.
배에 힘을 주고 소리를 멀리 보내는 방법, 턱과 입술을 사용해서 발음을 제대로 내는 방법,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보이는 발표 자세와 태도, 그리고 횡설수설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스피치 훈련법 등, 실제 이런 수업을 듣고 적극적으로 연습한 아이들은 눈에 띄게 변화가 보인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내가 연습하면 나아질거야' 하는 자아효능감,
나를 믿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자존감이다. 스피치는 정서와 직결되어 있고,
특히 자존감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자존감은 스피치를 담는 그릇이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목소리도 크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당돌하게 표현한다.
반면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은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목소리를 뱉지 못하고 삼켜버린다.
내가 틀리면 어떻게 하지? 다른 사람들이 내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이런 수만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들어오면 입술 한번 떼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스피치를 잘 못 한다고 해서 그 아이의 자존감이 낮은 건 아니다. 부끄러움을 탈 수도 있고,
조심스러운 성격일 수도 있다. 완벽지향주의를 갖고 있는 아이라면 말하기에 더 신중하다.
성향에 따라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도 자존감이 높다면 자신을 드러내도 괜찮은 상황에서는 마음껏 표현한다.
가족들 앞에서는 말을 잘 하는 아이가 학교 발표시간에는 평소 말하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있을때는 조용한 아이가 수업시간에는 목소리를 크게 내서 발표를 잘 하는 경우도 있다.
상황에 따라 겉으로 보이는 아이의 모습이 달라지긴 하지만, 마음속 알맹이가 단단한 아이들은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온다. 말을 잘 하는 아이로 키우는 첫걸음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뿌리내릴 수 있도록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키워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내 아이는 말을 잘 하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어디에서나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부모라면 누구나 바라는 마음이다. 나 또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그 어느것보다 아이의 "말하기 재능"을 키워주고자 부단히 공부하고 상호작용하며 노력했다. 그 결과 아이는 언어이해 지능이 상위 0.06%,
전체지능 1%의 영재로 판정을 받았다.
말을 잘 하는 아이, 자신감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기록들을 이 곳에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언어학자도 아니고, 육아전문가도 아니지만 10년차 스피치 강사로서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며 느낀 점과아이를 키우며 얻은 깨달음을 나만의 언어로 정제해서 기록하고자 한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을 함께 하고있는 육아동지 여러분에게도 와 닿는 글이 되길 바라면서.
내 아이가 7살이 되던 2022년 봄, 나만의 사무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