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누구나 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잘”이라는 글자 하나 때문이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수학 공식처럼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객관적인 평가로 점수를 매길 수도 없다. 말을 어느 정도 해야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영어 말하기 실력은 토익스피킹과 같은 공인인증시험으로 그 사람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말을 잘 한다는 것은 ‘한국어 능력 인증시험’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현실 에서는 그 사람의 말하기 실력이 곧 그 사람의 능력으로 받아들여진다.
스피치 수업을 상담을 하다보면 이런 질문을 받는다. “얼만큼 하면 어느 정도 실력이 향상되나요"
이 질문은 마치 "살을 빼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하나요"와 같은 질문이다. 말하기 실력을 높이는 과정은
다이어트 과정과 닮아있다.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해야 살이 빠지는 것처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입력과 출력을 꾸준히 해야 말하기 실력이 늘어난다. 차이점도 있다. 다이어트는 시술이나 약으로 빨리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말하기 실력은 물리적인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다. 말하기 실력을 높이려면, 공들여 꾸준히 연습을 반복해야 한. 사람마다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연습 없이 빨리 해결하는 방법은 없다.
출력의 형태가 문장이기 때문에, 입력의 과정 또한 문장이어야 한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 때 받아들이는 정보는 단편적인 형태로 머릿속에 저장되지만, 이러한 입력 과정은 문장 형태로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상을 보는 그 순간은 두뇌가 멈춰 있기 때문에, 오히려 영상시청을 한참 하다가 말을 잘 해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 생각보다 말이 잘 안나오기도 한다. 왜냐하면, 멈춰 있던 뇌를 갑자기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텍스트를 눈으로 읽으며 문장을 머릿속에 입력하면, 그 문장 속의 정보만 입력 하는 것이 아니라 문법적인 요소들(주어와 서술어의 호응관계, 적확한 어휘와 표현)을 함께 입력하는 것이므로, 출력을 할 때도 문장형태로 말이 잘 뽑아져 나온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말을 다 잘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책을 많이 읽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된다. 말하기를 요리에 비유한다면, 독서는 좋은 식재료를 얻는 것과 같다. 하지만 식재료가 많다고 해서 요리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직접 요리를 해봐야 실력이 느는 것처럼, 어떤 주제로 말을 직접 해봐야 말하기 실력이 늘어난다. 그냥 무작정 말을 많이 하는 연습이 아니라, 주제를 잡고 그 주제에 맞게 구조를 잡아 말하기 연습을 하는 것이다. 가장 쉽고 잘 할 수 있는 주제부터 시작해 보자.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 '재미있게 본 작품(책/영화/OTT)' '성공한 삶이란' 등등, 평소 관심있었던 주제로 말하기 연습을 시작해 보자. 이 때,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말을 줄줄 이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글의 형태로 출력한다. 주제를 보고 떠오르는 사례가 있다면, 그 사례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한 문장으로 적어 뼈대를 먼저 만들자.
* 주제:'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
- 사례: 여행 첫날부터 아이가 아팠던 다낭여행
- 메시지: 고생했던 순간이 오히려 기억에 남는다
* 주제: '재미있게 본 작품'
-사례: 인사이드 아웃2
-메시지: 아이를 위해 보러 갔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감동과 재미를 주었던 애니메이션
메시지를 뒷받침할만한 사례를 갖고 올 때, 장면 하나하나 세세하게 모든 내용을 다 말할 필요는 없다.
이것저것 살을 붙이다보면, 뼈대가 되는 메시지의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론은 짧아야 하고, 수식어를 절제해야 한다. 서론이 길면 흥미가 떨어지고,
수식어가 여럿 붙으면 주어와 서술어와의 거리가 벌어지면서 말의 탄력이 떨어진다.
살 찌는 것 보다 살 빼는 것이 어렵듯, 말도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어렵다.
말은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에게도 많은 에너지를 요한다. 그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도록, 말하는 사람은 말하는 내내 듣는 사람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그러려면, 두괄식 구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지금부터 말하려는 내용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결론부터 짧게 말하고, 그에 대한 부연설명을 덧붙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듣는 사람도 말의 목적지를 인지하여 집중할 수 있고, 말하는 사람도 방향을 잃지 않고
메시지라는 목적지까지 듣는 사람을 안내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말은, 메시지가 분명하고 알아듣기 쉬운 말이다.
따라서, 말을 잘 하고 싶다면 스킬이나 화려한 미사여구보다는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