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엄마가 죽었다.
내 동생이 혼자 슈퍼를 가기 시작했을 만큼만 컸을 무렵에, 꿈에서 동생이 자꾸 죽었다. 동생이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추락을 했고 그 장면을 건물 밖에서 지켜보았던 꿈을 생생히 기억한다. 폭발은 거대했고, 절망한 나는 울다가 잠에서 깼다. 작은 입술을 살짝 벌리고 숱 없는 곱슬머리에 땀이 송송 난 채로 아기인 동생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런 밤이면 별 게 다 애틋해졌다. 일상의 소중함 같은 건, 몽땅 다 헝클어지지 않으면 내내 모를 것이다. 당연한 시스템이, 느긋한 관계가, 손에 닿는 소모품들이 늘 거기에 있기 때문에. 나는 마디가 선명하지 않은 아기 손을 쥐었다가 놓고 다시 잠에 들었다. 아직 모든 것이 온전하다는 사실에 낯설게 안심하면서.
어젯밤 꿈에는 엄마가 병에 걸렸다.
엄마는 해사한 얼굴로 윗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묻자, 주의를 하나도 안 기울이고 흘려들은 말을 전하듯 눈동자를 위로 굴리며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게, 의사가
도저히 자기는 말을 못 해주겠다고 하더라.
무언가 너무도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서, 무방비한 사람에게는 시간을 좀 더 줘야 하는 사건. 그런 게 일어나 버렸다는 얘긴데, 꿈이어서 그런지 나는 퍼뜩 깨달았다. 암이라고? 심각한 암?
그리고 곧장 장면이 전환되어 병원이었다. 엄마가 하얀 환자복을 입고, 하얀 침대에 누워, 하얀 커튼이 배경인 채로 기대어 앉아 있는 걸 지켜보았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이런 생각이 지나갔다.
부모를 잃은 자들이 진작 함께 여행을 갈 걸, 시간을 더 많이 보낼 걸 후회하는 걸 몰랐느냐고, 스스로를 실컷 비웃었다.
참내, 이럴 거 다 알았지? 이런 날이 올 것을.
나는 회사를 포함한 모든 일상을 모두 다 던지고, 내내 엄마 옆에 있을 것을 너무도 간단히 다짐하였다. 그리고 잠에서 슬쩍 깼다. 동생이 (꿈에서) 죽었을 때는 눈물이 묻은 채로 깼고, 엄마를 (꿈에서) 잃을 뻔했을 때는 재빨리 생각을 오가다 결정을 맺은 채 일어났다.
곧 알람이 울릴 시간이었다.
평소처럼 홀로 일어나 출근을 했고, 오랜만에 엄마의 메시지를 받았다.
현실의 엄마는 여전히 해맑고, 내 가슴만 가만히 뻐근해졌다. 꿈 이야기 같은 건 다 묻어둔 채로 답장을 보냈다.
“잘했다, 잘했어! 또 사자!”
그저, 이렇게 매일 또 일상이기를.